[해외문화기행 - 천재 건축가 가우디를 만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거대한 고딕양식 첨탑 142년째 공사중
동편엔 예수의 탄생, 서편엔 수난 표현
까사 밀라
물결모양 외관 ‘아파트’ 세계문화유산
아르누보 양식 인테리어·스테인드글
잘츠부르크에 모차르트가 있다면 바르셀로나에는 가우디가 있다.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사람이 곧 브랜드인 도시가 있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가 그런 경우다. 그중에서도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가우디에 의한, 가우디를 위한’ 도시라고 할만하다. 바르셀로나의 여행은 가우디의 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가우디 투어의 백미, 사그라다 파밀리아
스페인 카탈루냐의 주도인 바르셀로나는 매력적인 도시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보다 더 유명한데다 스페인 답지 않은 ‘특별함’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남쪽의 피레네 산맥과 접경지역인 곳에 자리해 스페인 내륙과는 결이 조금 다른 문화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예술의 도시 파리의 영향을 받아 세계적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 호안 미로를 배출한 예술의 도시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선 안토니 가우디(1852~1926)가 ‘국민 아이콘’이다. 카탈루냐 출신인데다 그의 손길로 탄생한 건축물이 도시 곳곳에 숨쉬고 있어서다. 그가 남긴 7개의 건축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가우디는 바르셀로나의 보고(寶庫)이자 랜드마크다.
바르셀로나 여행에 나선 날, 기자는 현지가이드가 이끄는 ‘가우디 투어’에 참가했다. 개인적으로 가우디의 흔적들을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건축물에 담긴 건축가의 철학이나 미술, 종교 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면 수박겉핥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년에 300만명이 방문(성당 내부 입장 기준)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비롯해 까사 바트요, 까사 밀라, 까사 비센스 등 개인주택과 구엘공원 등으로 이어지는 건축기행은 바르셀로나 관광의 대표상품이다.
가우디 투어의 첫번째 코스는 사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ilia·성가족 성당)이었다. 바르셀로나 구시가지에 위치한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거대한 고딕양식의 첨탑이 눈에 들어왔다. 인상적인 건, 어수선한 외관이었다. 가우디가 세상을 떠난지 올해로 98년이 됐지만 여전히 142년째 ‘공사중’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우디표’ 건축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곡선과 인간의 뼈를 연상케하는 외양이 울창한 숲을 연상시킨다.
1882년 성경의 정신을 건축물로 구현하기 위해 기획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예수의 탄생을 표현한 동편(1935년 완공)과 수난을 표현한 서편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1926년 가우디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당시 공정율은 15%로 미완성 상태였다. 동편은 가우디의 의도가 그대로 반영된 반면 서편은 그의 사망으로 조셉 마리아 수비라치가 바통을 이어받아 1989년 완공됐다.
성당의 상징인 옥수수 모양의 첨탑은 18개 중 현재 8개가 마무리 됐고 예수를 상징하는 가장 높은 첨탑은 170m이나 된다. 18개의 첨탑은 성경 인물인 12사도, 4대 복음의 저자들, 성모 마리아, 예수를 각각 상징한다. 지난 2010년 전체 공정의 절반을 넘어선 공사는 가우디의 사망 100주년인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별도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성당에 들어서면 마치 깊은 산속에 들어온 듯 천장을 받치고 있는 나무 모양의 기둥들이 거대한 숲을 떠올리게 한다. 기하학적인 장식과 무늬로 가득 찬 분위기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와 기둥 사이로 들어오는 자연채광이 어우러진 예술적 조형미는 감동이다.
#지중해를 닮은 까사 밀라
바르셀로나에선 아파트도 세계문화유산이다. 다름아닌 까사 밀라다. 가우디가 공동주택의 개념으로 설계한 까사 밀라는 바람에 출렁거리는 듯한 물결 모양의 석재 외관이 장관이다. 특히 미역 줄기를 연상케 하는 철제 발코니는 까사 밀라의 유연한 곡선미를 배가시킨다.
입구를 지나 내부에 들어가면 공중이 훤히 드러난 중정이 나온다. 아르누보 양식의 인테리어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은 신비하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붕으로 올라가면 바르셀로나의 도시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우디는 모래에서 영감을 얻은 석재외관과 파도가 일렁이는 듯한 곡선, 여기에 바르셀로나의 푸른 하늘을 통해 ‘도심 속의 지중해’를 탄생시켰다.
까사 밀라 맞은편에는 가우디가 설계한 개인 주택 까사바트요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말로 집을 뜻하는 카사와 바트요라는 사람의 성을 딴 이 곳은 ‘바트요의 집’이라는 뜻이다. 가우디 특유의 울퉁불퉁한 외관에 형형색색의 색유리 파편을 촘촘히 박은 외관이 아름답다. 마치 헨젤과 그레텔의 동화에 나올 법한 과자의 집을 보는 듯 하다. 인간의 뼈를 떠올리게 하는 발코니의 석조 난간은 오묘한 느낌을 눈다. 한낮의 햇빛을 받으면 건물 전체가 화려한 윤슬처럼 빛난다.
#동화 속 판타지, 구엘공원
구엘공원은 도심에 자리한 대부분의 가우디 건축물과 달리 구 시가지 북쪽의 몬타나 펠라다 언덕에 있다. 사그리아 파밀리아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달리자 인파로 북적이는 구엘공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전에 티켓을 예매한 후 입장할 만큼 바르셀로나를 찾는 관광객들의 방문 1순위로, 특유의 유기적 곡선과 화려한 세라믹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완만한 경사면에 조성된 공원의 부지는 삼각형의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건 유리와 세라믹으로 만든 두개의 집이다. 공원의 현관이기도 이 곳을 지나면 가파른 계단이 나오는데, 중앙에는 구엘공원의 ‘상징’인 모자이크 도마뱀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 도마뱀의 입으로 흘러나가는 물은 시장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흘려보내는 기능을 한다. 델포이신전 분수의 수호자이며 신화속 용무녀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설과, 불의 상징인 마법의 도룡용이었다는 설 등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전해지고 있다.
유리와 세라믹으로 만든 86개의 기둥을 따라 2층 중앙광장으로 올라가면 그 유명한 ‘뱀 벤치’가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서 보면 물결모양이지만 가까이 가보면 뱀의 현상을 하고 있는 독특한 디자인이다. 울퉁불퉁한 돌을 이용한 기둥과 벽, 자유로운 곡선 등 가우디의 천재성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구엘 공원은 남모를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은 도심에서 떨어진 이 곳에 신도시 계획의 일환으로 정원이 딸린 62채의 주택을 짓기로 하고 가우디에게 설계를 맡겼다. 하지만 접근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분양자가 거의 없어 미분양으로 자금난을 겪다가 결국 공사가 중단됐다. 당초 모델하우스 목적으로 지은 2채 중 한 채에는 가우디가 살았고, 다른 한 채에는 구엘이 살았다. 하지만 1922년 바르셀로나 시의회의 통큰 결정으로 ‘반전’이 일어났다. 시민들을 위한 공공 쉼터로 활용하기 위해 매입하면서 오늘날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명품공원’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바르셀로나=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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