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독립영화관서 ‘스몰 씨네웨딩’ 올린 신현준·정애령 커플
영화관 객원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며 지역 독립예술영화계와 인연
“대관·공연 등 지원 지역공동체에 감사…지역 예술계에 보탬될 것”
“독립영화를 사랑해서인지 혼인까지 ‘독립영화관’에서 하게 됐네요. 앞으로 한 편의 영화처럼 잘 살겠습니다.”
지난 15일 독립영화 전용관인 광주독립영화관은 근사한 ‘일일 웨딩홀’로 변신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으로 알려진 진모영 감독의 영화가 상영된 뒤 신랑·신부가 하객들 앞에 섰다.
이색 혼례의 주인공은 바로 신현준·정애령 씨 커플. 이들은 자신들의 결합을 서구적 개념의 ‘결혼’이 아니라 부부관계의 서약에 초점을 둔 ‘혼인’으로 바라봐주길 원했다.
두 사람은 수 년 전 나주 독립문화공간인 ‘사직동 그가게 나주에서’ 책모임을 통해 처음 만났다. 조선대 법학과 출신 새신랑 현준 씨는 조선대 영화동아리, 광주극장 등에서 활동해 왔다. 2018년 광주 독립영화관 개관 때부터는 객원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지역 독립예술영화계와 인연을 쌓았다.
혼인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광주독립영화관 측은 팔을 걷고 나섰다. 한재섭 관장은 “평소 영화를 사랑하는 현준 씨가 혼인만큼은 ‘스몰 아트웨딩’으로 진행하고 싶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과도한 예식비용으로 부담을 겪는 신혼부부들의 모습을 봐온 터라 이들에게 ‘무료 대관’을 결정했다”고 했다.
신 씨는 “혼인식에 참여하는 이들이 모두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혼인의 본질에 대해 생각했다”며 “모두가 어우러지는 문화예술의 한 마당(場)이 될 수 있도록 행사에 예술 요소를 접목했다”고 했다.
이날 극장 로비는 향긋한 꽃향기를 발하는 생화들로 가득 찼다. 지역 베이커리 ‘빵과 장미’는 신 씨 부부가 평소 즐기는 비건 음식을 제공했다. 신랑은 턱시도 대신 새하얀 반팔 셔츠와 반바지를, 신부는 충장로 의류매장과 온라인 등에서 구입한 면사포와 드레스를 입었다.
이들은 영화관 행사인 ‘오래된 미래’ 포스터 앞에서 영화 주인공처럼 웨딩 포토도 촬영했다. 무엇보다 애령 씨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춘분이(태명)’의 존재는 이들에게 감사와 축복 그 자체였다.
이날 혼인식은 여느 예식장의 그것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축하를 받는 작은 결혼식으로 치러져 의미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신 씨는 “독립영화를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공간 대관, 공연 등을 지원해준 지역 공동체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지역 문화예술계에 보탬이 되는 가정을 꾸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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