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유일 ‘장애인 고용촉진 유공자’ 선정 천사요양병원 이대훈 씨]
고교 졸업후 9년간 전자부품 공장·인쇄소 등 근무…3년 전 병원 입사
성실·꼼꼼 능력 인정받아 정규직 전환…“장애인 인식 개선됐으면”
광주시 북구 천사요양병원(이하 병원)에서 근무하는 이대훈(32)씨. 중증 지적장애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장애인 근로자로 일하는 그가 최근 대통령 표창의 주인공이 됐다.
이씨는 지난 16일 고용노동부가 주최하는 ‘2020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장애인고용촉진 유공자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올해로 30회를 맞는 이 대회는 장애인 고용촉진에 기여한 사업주와 모범이 되는 장애인 노동자를 포상하는 행사다. 이씨는 올해 광주·전남에서 유일하게 유공자로 선발됐다.
이씨는 “이렇게 큰상을 받게 될 줄 몰랐다”며 “더 열심히 일해 장애인에 대한 시선을 개선하고, 장애인·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씨는 12세 때인 지난 2000년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일상적인 대화나 업무는 가능하나, 복잡한 대화나 행간과 문맥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씨는 2017년부터 병원에서 근무했다. 광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하 복지관)을 통해 7주에 걸쳐 직업훈련을 받고 3개월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한 그는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정규직으로 전환, 어느덧 3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청소 직무로 입사한 그는 성실함은 물론, 꼼꼼하고 탁월한 업무 능력을 발휘했다. 직무 변경을 거쳐 환자이동케어 전담 업무를 맡게 됐으며, 병원내 장애인직원 최초로 우수직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병원에 머무는 어르신들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는 보람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병원에서 근무하게 되기까지는 곡절이 있었다.
이씨는 2006년 광주정보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직업 현장에 뛰어들었다. 성인으로서 용돈도 벌고, 경제적으로 자립해 부모님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지난 2015년까지 9년여 동안 전자부품 공장 사출작업, 인쇄소 보조, 음식점 홀 서빙 등 일을 했다. 이후 장애인교육공무직에 대해 알게 된 그는 공무원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으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업무 능력이 아닌 ‘표현력’이 문제였다.
이씨는 “면접만 보면, 말을 꺼내는 게 늦어져서 계속 떨어졌다”며 “그래도 계속 도전하고 싶었다. 교육공무직 이력서를 내러 복지관에 꾸준히 들렀다”고 말했다.
이 때 복지관과 인연을 맺은 이씨는 취업정보·이력서 작성·면접 지원을 받아 병원에 둥지를 틀게 됐다.
이씨는 복지관에서 장애인근로자·구직자로 구성된 ‘자조모임’ 회장도 맡고 있다. 회원과 꾸준히 소통하며 모임 공지, 활동일지 작성, 동료 직업상담, 회계 관리까지 담당하고 있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병원 활동을 토대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줄어들고, 인식도 개선돼 더 많은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 이씨를 추천한 복지관 사회복지사 정유현씨는 “처음엔 한글조차 쓰기 힘들어했으나, 꾸준히 공부해 장애인이 하기 힘든 PC 워드프로세서 작업까지 능숙하게 하고 있다”며 “늘 남을 도와주고 싶어하고 마음씨도 좋아 자조모임 회원의 ‘롤모델’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원봉사, 근로자연합워크숍 등에도 열심이다. 지난해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부스를 얻어 커피를 판매하는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이씨는 “경제적으로 자립해 예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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