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입장권 5차례 검색 등 마찰
박금희 열사 헌혈증 소개하며
사진은 박현숙 열사로 잘못 사용
행사 뒷정리도 안해 쓰레기 눈살
“5월단체 배제 정부기념식 한계”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정부기념식’이 지난 18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엄수됐다.
보수정권 최초로 3년 연속 대통령이 참석한 기념식이었지만, 지나치게 삼엄한 보안 체계와 행사 내용상의 오류, 무성의한 뒷정리까지 아쉬운점이 다수 발견돼 ‘5·18 홀대’ 목소리가 높다.
이번 기념식은 ‘오월, 희망이 꽃피다’는 주제로 입장·개식, 국민의례, 여는 공연 , 경과보고, 기념공연(1), 대통령 기념사, 기념공연(2),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 시작 전부터 묘지 인근에서는 ‘철통 보안’이 이뤄져 유공자들과 마찰을 빚었다. 과거 보수정권의 보안보다 더 철통 같았기 때문이다.
민주의 문 인근에 철제 울타리와 철제 바리케이드가 3중으로 설치되고, 참석자의 입장권을 5차례씩 검사하는 등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다.
오월 당시 구속됐던 유공자들은 “5·18당시 계엄군에 끌려가 폭력에 시달렸던 트라우마가 되살아난다”, “지난 정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삼엄한 경비”라며 혀를 내둘렀다.
급기야 일부 유공자들이 “우리가 추모하려고 왔지, 여기가 감옥이냐. 우리가 죄인이냐”며 철제울타리 일부를 넘어뜨리는 등 반발했고, 결국 경찰 측에서 일부 철제울타리를 치우는 등 소동도 일었다.
첫번째 기념공연에서는 5·18 학생 희생자의 삶을 조명하는 영상에 엉뚱한 인물의 사진을 넣어 빈축을 샀다.
보훈부는 박금희 열사가 헌혈을 독려하는 가두방송을 듣고 헌혈 버스에 올랐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어 상영했는데, 이 때 박금희 열사의 헌혈증 사진과 함께 박현숙 열사의 생전 사진이 사용됐다.
박금희 열사는 5·18부상자를 위해 헌혈 버스를 탔다가 광주-화순간 외곽도로봉쇄 작전 중인 장갑차의 총격을 받아 숨졌으며, 박현숙 열사는 주남마을 마이크로버스 총격 사건의 희생자로 전혀 다른 인물이다.
박현숙 열사의 언니인 박현옥 전 5·18유족회 사무총장은 “난데없이 동생 사진이 나타나자 너무 황당했다. 국가보훈부에서 희생자 사진을 바꿨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며 “국가 기념행사에서 팩트 체크조차 하지 않고 영상을 만들다니, 유가족의 아픔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는지 궁금하다”고 혀를 찼다.
보훈부가 행사장 내에서 배부한 팸플릿에는 오타가 발견됐다.
팸플릿의 ‘경과’ 항목에는 2018년 3월 13일에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볍’이 제정됐다고 쓰였다. ‘특별법’을 쓰려다가 오타를 낸 것을 그대로 인쇄해 배포한 것이다.
조국 조국혁신당대표는 개인 SNS에 “보훈부의 무성의”라는 게시글과 함께 팸플릿 사진을 게시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언젠가부터 보훈부가 5·18 당사자와 단체를 배제한 채 정부기념식 방향과 키워드, 의전 등을 정하고 있다”며 “이번 사고는 기념과 기억의 대상자이자 주인공을 배제한 채 일을 하는 보훈부의 한계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행사 뒤처리도 제대로 하지 않아 이튿날 묘지 일대가 쓰레기로 뒤덮여 방문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9일 오전 9시께 묘지 추모탑과 추모광장, 민주광장, 역사광장 등 묘지 전역에 행사에서 쓰인 대형 텐트를 철거하고 남은 현수막과 케이블타이, 노끈 조각 등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주 행사장이었던 추모탑 인근 군상환조(청동제 조각품)에는 공원 내 반입이 금지돼 있는 음식 쓰레기와 빈 페트병, 담뱃갑, 행사 참석자 명찰 등이 버려져 있었다.
결국 묘지 관리소에 이날 오전부터 비상이 걸렸다. 보훈부와 행사 대행사 측이 뒷정리를 안 하고 가는 바람에 뒤늦게 쓰레기를 모두 치워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묘지 관리소 관계자는 “정부기념식을 열면서 보훈부가 이렇게까지 뒷정리를 안 한 것은 처음이다. 온 묘지에 쓰레기가 흩뿌려져 있으니 일일이 찾아다니는 것도 힘겹다”며 “참배객이 이 모양을 보면 묘지 관리소가 관리를 제대로 안 한다고 비난할 것 아니냐. 도대체 누굴 위해 정부기념식을 연 건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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