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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류빈기자

“힘들었던 촬영, 5월까지는 ‘파묘’ 온전히 느끼고 싶어”

by 광주일보 2024.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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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 광주독립영화관서 씨네토크 “차기작도 오컬트일 듯”
ACC서 ‘파묘’ 복도씬 촬영… 10년 전 광주서 ‘검은 사제들’ 찍어

장재현 감독이 지난 14일 씨네토크를 마친 뒤 광주일보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오컬트라는 장르를 파다 보니 결국 묫자리를 파헤치는 ‘파묘’까지 이어진 것 같네요. 신인감독 당시 촬영했던 ‘검은 사제들’은 오컬트 흐름의 시작인데, 10억 미만의 소규모 영화라 약간의 아쉬움도 남았죠. 이후 곧장 차기작(‘사바하’)을 집필했고 무속·종교 등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면서 ‘파묘’를 완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작품들이 연계된 셈이죠”

지난 14일 광주독립영화관(이하 영화관)에서 열린 씨네토크 ‘장재현이라는 장르의 탄생’. 그곳에서 ‘파묘’로 천만 신화를 쓴 장재현 감독을 만났다. 영화관 개관 6주년을 맞아 진행한 이번 행사는 장 감독의 ‘숲’, ‘세상의 끝’, ‘12번째 보조사제’ 등 단편 영화들을 영어 자막과 함께 상영한 뒤, 그의 오컬트적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장 감독은 “10년 전 광주에서 머물며 영화 ‘검은 사제들’을 두 달 가까이 촬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며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24년에 ‘파묘’를 광주 ACC에서 촬영했고, 오늘 행사까지 자리해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그에게 ‘파묘’ 다음으로 몰두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묻자 장 감독은 “꼭 무언가를 파야 하느냐”고 웃었다. 그러면서 “‘파묘’를 완성하는 과정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기에 당장 5월까지는 ‘파묘’와 쉽게 이별하지 않고, 그 분위기 속에 빠져 있고 싶다”고 했다.

이어 “그래도 차기작을 구상해 본다면 아마도 전작들과 비슷한 류(오컬트)이지 않을까 싶다”며 “다른 장르에 도전하기 보다는 내가 지금까지 관심을 가져왔고, 또 관객들이 큰 사랑을 보내주는 ‘오컬트’가 괜찮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극장을 나가면서 ‘엄마 잘 지내지’라고 전화하게 만드는 작품이야말로 좋은 영화인 것 같아요. 인간의 보편적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 말이죠. 영웅들이 등장해서 위기를 극복하는 서사도 좋지만, 결핍이 있더라도 공감대를 자아내는 캐릭터에 애착이 가곤 합니다. ‘너무 완벽한 이’는 재미 없잖아요”

장 감독은 공포스러운 세계관을 그려내는 작품도 좋지만, ‘인간성’과 ‘보편성’에 주목하는 영화에 대한 애착도 많아 보였다.

그는 “조지프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들’이라는 책을 보면 영웅의 특징으로 ‘아픔이 있는 자’를 꼽는다”며 “이처럼 유복하기보다 상처가 있는 자야말로 ‘영웅’이라는 생각이 ‘파묘’, ‘검은 사제들’ 등에 투영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한편 ‘파묘’ 창작 당시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을 수 있었다. ‘검은 사제들’ 등 전작을 촬영했던 신인 시절에는 ‘감독이 모든 것을 다 해내야 한다’라는 일종의 강박이 있었지만, ‘사바하’나 ‘파묘’를 촬영하면서 “점차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기댄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작을 완성하는 지난함이 가늠되는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파묘’에 영향을 준 ‘사바하’가 개봉했을 당시 영화관 맨 앞줄에서 영화를 감상했는데 진득하게 오컬트를 보는 시네필이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는 사실을 느꼈다”며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을 위해서라도 다음 작품(파묘)에서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품었다”고 덧붙였다.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씨네토크 ‘장재현이라는 장르의 탄생’에서 장 감독(왼쪽)이 창작 비화를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모습.

기괴한 미장센과 공포, 슬픔이 가득한 ‘오컬트 물’에 천착하는 데 따른 어려움은 없는지도 궁금했다. 장 감독은 “극장에 와서 ‘비극’을 느끼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비극에는 부정적인 기능 외에도 순기능이 있는데, 공포를 통해 일정 부분 카타르시스를 얻게 된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풀어놨다.

그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자신만의 예술적 복안을 길러낼 것’을 강조했다. 확고한 취향을 토대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나간다면 자아를 이해하는 일종의 ‘감식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이 연애하고, 많이 헤어져 보고, 말도 안 되는 곳에 가서 길도 잃어봐야 한다”는 말이 유독 깊이있게 다가왔다.

이날 장 감독은 늦은 시간까지 남아 영화 이야기 등을 나누고 돌아갔다. 공식적인 초청행사, 즉 ‘‘파묘’ 광주 GV’(게스트 비짓)를 진행하지 못한 데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 등이 느껴졌는데 “다음번에는 꼭 광주에서 GV를 열겠다”는 답변은 향후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장재현의 영화’를 사랑해 주는 광주 시민들에게 인사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관객들의 응원과 격려는 시나리오를 쓰고 작품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되지요. 다음에 더 좋은 영화로 꼭 관객들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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