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인문강좌’ 강용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행복하게 사는 법’
‘인간관계 정리하라’는 건 배려·이해로 상처주지 말라는 것
자긍심은 자기 확신, 장점·가치 확신 있다면 손상되지 않아
요즘 서점가에서 눈에 띄는 게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등 독일 철학자 쇼팬하우어(1788~1860) 관련 서적이다. 그 가운데 쇼펜하우어 열풍을 주도한 책은 강용수(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사진) 철학자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다. 책은 100쇄를 넘기며 25만부 이상 팔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지난 27일 강용수 철학자를 초청, ACC인문강좌를 진행했다. ‘쇼펜하우어의 행복하게 사는 법’을 주제로 문화정보원 극장 3에서 열린 강의에는 많은 청중이 참여, 관심을 반영했다. 강연은 문화전당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중계됐으며 관련 자료도 다운받을 수 있어 유용했다.
강 씨는 자신의 책이 많이 팔린 이유에 대해 “경기가 어렵고 모두가 힘든 시절이기에 무언가 방향을 제시받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인듯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탤런트 하석진이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책을 언급해 판매량이 급증했다며 웃었다.
“쇼펜하우는 불행의 원인으로 고통을 꼽았습니다. 인생이 힘든 이유는 고통의 경우 쾌락에 비해 잘 느껴지기 때문이죠. 산다는 것은 고통이고, 인간의 욕망이 그 고통을 만들어내죠. 삶의 지혜는 고통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데서 옵니다. 항해를 할 때 배에 싣는 무거운 바닥짐이 배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인생에서 고통은 필요합니다. 고통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작은 파도에도 뒤집히는 배처럼, 쉽게 무너져 내립니다. 반면 적당한 고통은 바닥짐처럼 인생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헤쳐나갈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강 씨는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한번은 느껴보고, 그런 고통을 통해 겸손함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쇼펜하우어가 안정된 삶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하라고 했지만, 그것이 외톨이처럼 홀로 지내라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타인과의 거리두기를 말하기는 했지만 주변과 교류하지 않은 채 전적으로 혼자만의 삶을 살아라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로 상처주지 말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고슴도치들은 가까이 가면 가시로 서로를 찌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가시를 눕히고 서로 얼굴을 맞대며 온기를 나눈다고 합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을 갖는 것도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는 쇼펜하우어가 강조한 ‘자긍심’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자긍심과 대비되는 게 허영심입니다. 본래 모습보다 더 좋게 타인으로 인정받으려하는 허영심에는 거짓, 비굴함, 아부 등이 동반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건 우리 인생에서 보듯 금방 들통나고 말죠. 반면 자긍심은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에 대한 강한 확신으로, 내 자신이 나를 평가하는 겁니다. 자신만의 장점과 가치에 확신이 있다면 누구나 가질 수 있고, 자긍심은 자존감과 달리 쉽게 손상되지 않습니다.”
그는 쇼펜하우어의 말 중 가장 인상적인 구절로 ‘인생이 얼마나 짧은 지 알려면 오래 살아야한다’라는 대목을 꼽았다.
한편 ACC 인문학 강좌에는 앞으로 장우철 작가(4월24일), 강인욱 경희대 교수(5월29일), 김봉중 전남대 교수(6월26일)가 참여한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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