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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내 손이 움직이는 한 이발봉사 계속할 겁니다”

by 광주일보 2024.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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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이발 60년’ 김광주 할아버지의 행복한 삶
경로당·요양원 등서 봉사 활동…광주시장·북구청장 표창
“남 위해 사는 게 나를 위한 것” 전남대 평생교육원서 ‘만학’

올해 85세인 김광주 할아버지(왼쪽)가 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

지난 15일 광주시 북구 서강인텔파크 아파트 경로당 앞. 따뜻한 봄볕 아래 이발을 하는 두 어르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위와 빗을 들고 정성스레 머리를 깎아주는 이는 올해 85세가 된 김광주 할아버지, 머리를 맡기고 김 할아버지와 두런두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이는 동갑내기인 아파트 경로당 회장 이은채 할아버지다.

김 할아버지는 시간이 날 때면 경로당과 요양원에 들러 사람들의 머리를 깎아준다. 동네 놀이터에서 이발 봉사를 하기도 한다. 오토바이 사물함에 넣고 다니는 작은 가방을 꺼내면 어디서든 간이 이발소가 만들어진다. 잘 갈아놓은 가위와 촘촘한 빗을 준비하고, 머리카락이 몸에 붙는 것을 방지하는 커다란 천을 펼치기만 하면 된다.

“제 손이 움직이는 한에는 언제까지고 사람들의 머리를 만져주고 싶지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입니까. 나는 하루 하루가 행복한 사람이에요. 이제 나이가 드니 아름답게 사는 것을 넘어 아름답게 죽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초등학교 때 서울로 떠나 신문팔이부터 안 해본 일이 없었던 김 할아버지는 부산 영도 다리 아래서 하얀 가운을 입고 머리를 잘라주는 이발사의 모습이 멋져 보여 이발사가 되기로 했다.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기술을 익혔고, 해남군 화산면에 ‘남광이발관’를 열고 30년간 운영했다. 그 시절부터 그는 무료 봉사 활동을 했다.

“해남에서 종업원 여러명을 두고 운영할 정도로 이발소가 잘 됐지요. 동네 사람들이 외지로 나가는데, 우리 지역 사람을 깨끗하게 해서 내보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형님 이리 오쇼.’ ‘동상 머리 깎으러 오소’ 하며 무료로 많이 깎아드렸지요. 남을 위해 사는 게 곧 나를 위해 사는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결혼을 앞둔 동네 사람들은 꼭 무료로 머리를 깎아줬고 그 수가 600여명이 넘는다. 나이가 들어 자식들과 함께 술이며 고기를 들고 찾아와 고마움을 전하는 그들을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광주로 올라와 대성초등학교 인근 등에서 이발관을 열고, 숙박업을 겸한 이발관도 운영해온 그는 경로당과 노인정 등에서 무료 봉사를 이어갔다. 또 20년 넘게 살고 있는 용봉동 주공아파트 21층에 거울 등을 가져다 놓고 미니 이발관도 운영했다. “편안한 곳에서 행복하게 사는데 그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용 봉사로 광주시장과 북구청장 표창을 받은 그는 아내를 향한 지극한 순애보로도 유명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투병중인 아내를 20년 가까이 수발했고 그의 이야기는 TV ‘세상에 이런 일이’에 등장하기도 했다. 김 할아버지는 공부에도 열심이다. 전남대 평생교육원에서 ‘대체의학과 건광관리’ 강좌를 꾸준히 들었고 현재도 ‘즐거운 생활’을 수강중이다.

“나는 많이 배우지는 못했어요. 지식은 공부를 해서 얻어지지만, 지혜는 생활 속에서 체험하며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위 틈에 민들레가 피어 있는 걸 볼 때까 있어요. 바람을 타고 날아간 민들레씨가 온갖 시련과 풍상을 겪으며 결국에는 바위 틈에서도 꽃을 피워냈다고 생각해보면 감탄하게 됩니다. 우리 인생살이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모든 일에 감사하다는 김 할아버지는 이발도구가 담긴 가방을 챙기며 “오래도록 사람들 머리를 깎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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