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숭례문, 기마인물형 토기,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
바로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들이다. 수업시간에 한번쯤 들었을, 또는 현장에서 봤을 그런 문화자산들이다.
범박하게 말하면 문화유산은 “옛사람들이 남긴 삶의 흔적”이다. 물론 흔적은 다양하다. 책을 비롯해 그림, 그릇 등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노래와 철학 같은 유무형의 흔적도 해당한다. 그 가운데 일반인들이 눈으로 보고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유형문화유산인데 국보와 보물이 대표적이다.
국보는 어떤 것을 지칭하며 그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서원대 휴머니티교양대학 교수인 이광표 박사는 “국보는 여러 문화유산 가운데 특히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가 큰 것, 제작 연대가 오래되고 그 시대를 대표하는 것, 제작 의장이나 제작 기법이 우수해 그 유례가 드문 것, 형태·품질·용도가 현저히 특이한 것, 저명한 인물과 관련이 깊건 그가 제작한 것’ 등을 대상으로 한다”고 정의한다.
서 교수가 이번에 펴낸 ‘재밌어서 밤새 읽는 국보 이야기 1·2 ’(2권)는 국보란 무엇이며, 그것의 미적 가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국보의 수난사, 해외에 있는 국보급 문화유산 등을 망라한다. 한마디로 ‘국보 종합 서적’이라 할 수 있다.
전직 일간지 기자였던 저자는 대중들이 문화유산과 문화예술을 어떻게 인식하고 향유하는지 관심을 갖고 글을 쓰고 연구한다. 지금까지 ‘명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문화재 가치의 재발견’, ‘한 권으로 보는 그림 문화재 백과’ 등을 발간했다.
먼저 저자는 숭례문과 흥인지문이 각각 국보 1호, 보물 1호인지 그 차이를 설명한다. 제작연도 면에서 숭례문이 흥인지문을 400년 앞서고 건물의 미적 측면에서도 우월하다. 흥인지문이 과도하게 장식과 기교에 치중한 반면 숭례문은 절제, 균형미가 뛰어나다. 또한 숭례문은 고려시대 주심포식에서 조선의 다포식으로 이월되는 건축 변화상을 보여주지만 흥인지문은 조선말기 보편화된 다포식 양식이다.
국보의 번호가 사라진 이야기도 접할 수 있다. “국보, 보물의 지정번호를 단순한 번호가 아닌 순위(등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풍토를 없애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은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저자에 따르면 2024년 2월 현재 국보 지정된 문화재는 모두 358건이다. 이들 국보들은 저마다 흥미로운 스토리를 내재하고 있다. 특히 ‘겉과 속’이 모두 국보인 이색적인 경우가 눈에 띈다.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이 그런 사례다. 팔만대장경 자체가 국보이지만 8만장 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목조 건물 장경판전 역시 국보인 것이다.
장경판전이 국보로 지정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제작된 지 800년이 다 된 팔만대장경이 훼손되지 않고 오늘에 이른 것은 보관 건물이 그만큼 탁월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장경판전은 국보에 지정된 것을 넘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됐다.
한편 국보의 아찔한 수난사를 다룬 부분은 안타까움을 준다. 국내 문화유산 도산은 매년 20여 간 1000여 점에 이르는데 반해 회수율은 불과 10~20%에 불과하다. 범인은 사라지고 문화유산만 돌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수사망이 좁혀오면서 범인들이 유산을 돌려주고 종적을 감춘다. 1967년 사라졌던 금동연가7년명 여래입상도 그렇고 2003년엔 울산 석남사 ‘지장보살도’가 양산 통도사 성보박물관 앞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한편 저자는 “과거 없는 현재는 없고 역사와 내력이 없는 인간이나 사회도 없다”며 “과거와 역사는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바로 문화유산이다”고 강조한다. <더숲·각 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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