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출신 박노식 시인 다섯 번째 시집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 펴내
“매일 시를 생각합니다. 지난 2015년 등단했는데 올해가 10년이지요. 원래는 논술학원을 했지만 시를 쓰기 위해 학원을 접고 시골로 들어갔죠.”
박노식 시인의 말이다. 최근 다섯 번째 시집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삶 창시선)를 펴낸 그는 “‘창작을 위해서는 시골이 좋을 것 같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화순 한천면에 터를 잡았다”고 했다.
광주 출신의 그는 시인의 되기까지 여러 삶의 여정을 거쳤다. 그에 따르면 시인은 공고를 나왔다. 적성에 맞지 않아 3년 내내 힘들었고 자격증 하나 따지 못하고 졸업했다. 그럼에도 그는 고교시절 문학 동아리를 만들어 ‘사랑’이라는 동인지까지 펴냈다.
박 시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가 봉제 공장에서 미싱 시다를 했다. 1년 정도 시다생활을 하다 보니 대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독학을 해서 동기들보다 늦게 대학(조선대 국문과)에 진학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했지만 당시 학원 민주화 등으로 학교가 시끄러웠다. 대자보 등을 쓰며 시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다. 이후 졸업하고 학원 강사 일을 하면서 문득문득 시를 쓰고 싶다는 창작 열망에 휩싸였다.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정조는 ‘결핍’에서 파생된 ‘설움’이다.
“두 손을 가슴에 모으는 건/ 설움이 많기 때문인지/ 너와 너의 누이와 나의 어머니와 그리고/ 그물코에 걸린 숭어 떼의 눈망울들도 마찬가지야/ 고요하거나 들끓거나 쓸쓸하거나/ 간절함은 먼 데서 찾아오는 바람 같은 것/ 그러나, 부귀한 자는 손을 모을 줄 모르지/ 구름을 끌어올리듯 가슴에 두 손을 얹을 때…”
‘운주사, 석조불감 앞에서’라는 부제가 붙은 시 ‘손을 모아봐’는 화자의 내면에 자리한 어떤 간절함과 상실감을 노래한 작품이다. “겨울 화분에 싹이 올라오는 순간처럼 손을 모아봐”라는 읊조림 속에는 현실의 막막함을 이겨내려는 간절함이 깃들어 있다.
시인은 “이 시는 체험이 녹아 있는 작품”이라며 “운주사의 매표원으로 2021년 7월부터 2022년 8월까지 근무하면서 무려 200여 편의 시를 쏟아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서 체험이 주는 생생함이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그는 “일반 독자나 지인, 시인들이 이번 시집에 대해 결핍을 많이 이야기 한다”며 “유년 시절 부모님 생업 때문에 떨어져 외조모와 살았던 경험 등이 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시인은 지난 2015년 ‘유심’에 ‘화순장을 다녀와서’ 외 4편으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지금까지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마음 밖의 풍경’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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