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교육부 “학교 성교육에 바나나 등 음식 사용은 잘못”
전남교육청 “실습 성교육 적절…교구 가지고 오란 점 부적절”
‘n번방’사태와 ‘스쿨미투’ 등과 관련 학교 성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교육방식을 개선하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전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최근 담양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성교육을 위해 학생들에게 바나나를 준비하게 했다가 학부모 항의로 취소한 것과 관련, 교육당국으로부터 교육방식의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받았다.
여성가족부와 교육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고등학교 교사의 성교육의 적절성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정식 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콘돔 등을 활용한 실습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음식을 실습 도구로 활용한 점이며, 또 열린 교육은 현 청소년 세태에 맞춰 필요하지만 바나나를 활용한 점은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다.
여가부는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성 관련 정보를 갖고 있다. 진부한 이론 교육보다는 실습이나 토론식으로 가야 하는 방향성 측면에선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적절한 실습 도구를 사용하지 않아 ‘디테일’ 측면에서 아쉬웠다”고 지적하며 “음식을 사용하다 보니 진정성에서 오해를 살 수 있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식 도구를 활용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 역시 해당 학교 학부모로부터 항의 민원이 들어온 점을 인정하면서 “현시대 청소년에 맞춰 열린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음식을 사용했다는 점에선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바나나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다 보니 청소년이 음식을 볼 때마다 다른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전남도교육청은 이번 논란과 관련 기술가정 과목의 여러 전공 교사에게 성교육 관련 수업에 대해 문의한 결과, 임신과 출산 단원에서 성기의 실물 모형을 가지고 피임 실습이 진행됐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5년전 교육부가 제정한 ‘성교육 표준안’이 성폭력 피해를 막기 위한 방향에 초점에 맞춰져 현대에 필요한 성교육 내용은 사실상 빠져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현재 자녀들의 성에 대한 인식 정도를 잘 모르는 학부모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사고로 학교나 교사가 성교육에 대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성교육 전문기관 자주스쿨의 김민영 대표는 “고등학생들의 경우 성교육 시간에 주로 자율 학습을 하는 등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성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교육 전문인력 활용, 교구 구입, 다양한 콘텐츠 확보, 교사의 역량 강화 교육 등을 위한 예산 사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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