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준 지음
1947년 미국에 매카시 열풍이 불어닥치며 헐리우드에 ‘빨갱이 사냥’이 시작된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스타 시나리오 작가 돌턴 트럼보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유령작가가 돼 11개의 가명으로 작품을 발표한다. 그 중 오드리 햅번이 주연을 맡은 ‘로마의 휴일’과 ‘브레이브 원’이 두 차례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며 영화사에 이름을 남긴다.
지금도 절절한 노래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에디트 피아프의 유년 시절은 비참했다. 제대로 먹지 못해 키가 142㎝에 멈춘 그는 작은 몸집 때문에 ‘작은 참새’를 뜻하는 피아프로 불렸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프랑스 국민가수가 된 그는 사랑했던 마르셀 셰르당이 세상을 떠나자 죽을 것 같은 절망에 빠졌지만, 연인을 생각하며 노래한다. 유명한 ‘사랑의 찬가’다.
매일경제 기자로 ‘예술가의 일’을 쓴 조성준이 세간의 편견과 풍파 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불굴의 예술 의지를 다룬 ‘당신이 사랑한 예술가’를 펴냈다.
책은 ‘차별과 편견을 넘다’, ‘존 케이지와 굴다처럼’, ‘누가 스타를 죽였는가’, ‘캡틴, 마이 캡틴’, ‘시네마 천국으로 떠난 거장’ 등 5부로 나눠 작가, 화가, 건축가, 만화가, 가수 등 25명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소개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이들은 “낯선 세상과 불화하며 흔들렸고, 때론 세상이 그들을 오해하고 손가락질했지만 그들은 기어코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완수한 사람들”이다.
1955년 ‘멍청한 금발 미녀’라는 편견에 갇혔던 매릴린 먼로가 책을 읽고 있는 사진 한장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사진 속 책이 방대한 분량과 난해함으로 소문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가 허세를 부리기 위해 어려운 책을 읽는 척 했다고 조롱했지만 사후 공개된 그의 서재에는 알베르 카뮈, 마르셀 프루스트 등의 수많은 책이 꽂혀 있었다. 그는 또 배움을 행동으로 연결해 핵실험 반대 단체 회원으로 활동하고, 흑인 인권 운동을 후원했다. 여전히 그에 대한 편견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책에서는 또 권력에 맞섰던 건축가 김중업, 서양화 기술로 조선의 얼굴을 그린 월북 화가 이쾌대, 충무로의 기인 김기영 감독 등 국내 예술가들도 소개한다. 그밖에 재즈의 황제 마일스 데이비스,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 영화 ‘조커’의 히스 레저와 ‘죽은 시인의 사회’의 로빈 윌리엄스, 코코 샤넬, 르 코르뷔지에 등을 만날 수 있다. <작가정신·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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