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전도사’ 박응렬 전 영산강유역환경청장
공직 퇴직 후 915㎞ 완주…‘그래서, 산티아고’ 책 출간
지난해는 아내와 동행…3월 7일 ‘산티아고 스쿨’ 개강
그는 34일간 915㎞를 걸었다. 시작은 단순했다. 공무원이었던 그는 늘 장기여행자들이 부러웠다. 2019년 퇴직 후 “길게 여행을 떠나자”는 마음으로 길 위에 섰고, 그 길을 걸으며 삶이 바뀌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환경전문가인 그는 ‘산티아고 순례길 전도사’가 됐다. 책을 펴냈고, 관련 강의를 하며 3월부터는 ‘산티아고 스쿨’도 운영한다.
영산강유역환경청장, (재)전남환경산업진흥원장을 역임한 박응렬(65)씨는 자신의 변화가 그저 놀랍다고 했다.
“순례길을 걸으며 너무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제 삶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요. 제 인생의 변곡점이 됐어요. 퇴직을 1~2년 앞둔 이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면 제 2의 인생을 설계하기 전에 산티아고길을 걸어보라고 말합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지나온 인생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힘들다고 느껴지거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십시오.”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는 많은 이들이 간직하고 있는 버킷 리스트다. 삶이 버거울 때 용기를 얻으려, 묵묵히 자신을 직시하며 ‘나’를 찾으려 사람들은 산티아고 길을 걷는다.
“보통 몸의 길, 마음의 길, 영혼의 길을 걷는다고 해요. 초반에는 걷는 게 힘이 들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저절로 생각이 많아집니다. 힘들었던 어린 시절부터 저의 60년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오더군요. 제 인생이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욕망과 욕심 이런 것들도 사라져 버려요. 아무리 하찮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도 생기구요. 길을 걸으며 뭐라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묘한 상태가 됩니다.”
그는 순례길에서 네명의 아들딸을 얻었다. 각자 홀로 걷고, 때론 함께 걸으며 인생의 친구가 됐다. 그는 ‘인연’의 소중함을 마음에 새겼다.
“사람들은 800㎞라는 거리에 큰 부담을 느낍니다. 제가 산을 좋아하고, 마라톤, 트레킹을 꾸준히 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산티아고 이야기를 하면 ‘당신이니까 가능한 일이라고’들 했죠. 근데 60세인 아내가 완주하고 나니 사람들이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을 갖는 것 같아요.”
박 씨는 오는 3월 4주 과정의 ‘산티아고 스쿨’(김냇과 갤러리)을 시작한다. 4개월간 인터넷을 뒤지고, 관련책을 읽으며 준비했던 과정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었기에 실전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7일(오후 7시~9시) 진행되는 첫 강의 ‘산티아고에 대하여’를 시작으로 ‘준비하기-걷고, 먹고, 자고’, ‘산티아고 길에 대하여’가 이어진다. 마지막 4회차는 직접 배낭을 싸보는 등 준비물을 챙기는 강좌다.
“완벽하게 준비해서 출발한다고 생각하면 평생 떠날 수 없어요. 마음을 먹으셨으면 일단 비행기표를 끊으십시오. 부족한 것은 길 위에서 채워질 겁니다.”
산티아고 스쿨 문의 010-9630-7004.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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