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동구 동명동 골목 한켠에 모던한 외관이 눈에 띄는 건물 한 채가 자리하고 있다. 카페인가 싶어 들어가 보니 시큼 고소한 누룩 냄새가 물씬 풍겼다.
‘장인’ 어머니와 딸이 운영하는 전통주 양조장 ‘꿈브루어리’(동구 동계천로95번길 18-15·이하 꿈브)는 광주에서 생산되는 쌀과 전통 누룩, 물만을 이용해 전통주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전통주를 느껴볼 수 있는 시음회
꿈브는 전통주 판매뿐 아니라 시음회와 나만의 막걸리 빚기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본격적인 막걸리 빚기 체험을 하기 전, 우리나라 전통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직접 맛볼 수 있는 시음회 시간을 가졌다. 이날 시음해 본 전통주는 총 3가지였다.
처음으로 시음해 본 전통주는 ‘녹파주’(綠波酒). 녹파주는 고려시대 대표주로, 잔에 비치는 모습이 마치 파도와 같다고 해 이름 붙여졌다. 깔끔하고 무난한 맛이 특징이라 선물용으로도 인기다.
다음으로는 ‘아황주’(鴉黃酒)를 시음했다. 아황주는 ‘우리술 복원 프로젝트’에서 복원된 고려시대 전통주다. 잔에 따르면 까마귀도 황색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녹파주보다 진한 알콜향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전통주는 ‘이화주’(梨花酒). 일반적으로 잔에 따라 마시는 막걸리와 달리 떠먹는 형식의 막걸리였다. 이화주는 사대부나 부유층이 빚어 마셨다는 고급 탁주로, 부드러운 목넘김이 인상적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전문가의 설명을 곁들이니 전통주를 제대로 즐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 막걸리를 빚기 전 전통주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만의 개성을 담은 막걸리 원데이 클래스
꿈과 맛과 멋이 있는 ‘나만의 막걸리 빚기’ 원데이 클래스에서는 전통 방식의 맛을 그대로 느끼기 위해 아무런 부재료를 첨가하지 않았다. 계절에 따라 딸기나 귤 등 제철 과일을 이용한 과일 막걸리도 만들어볼 수 있다.
막걸리 빚기에 필요한 재료는 찹쌀, 누룩, 물 단 세 가지. 먼저 충분히 식은 고두밥(찹쌀)이 필요하다. 원데이 클래스 특성상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힘들기 때문에 꿈브에서 미리 준비한 고두밥을 물에 풀어주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물에 충분히 고두밥이 풀어졌다 싶으면 누룩을 넣어 밥알이 으깨지지 않도록 잘 혼화한다. 이 작업이 막걸리 빚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정성과 시간을 쏟아야 한다.
◇다꾸·백꾸에 이어 이젠 ‘병꾸’…나만의 막걸리 병 꾸미기
찹쌀과 누룩 물이 골고루 잘 섞은 후 막걸리를 병에 담아준다. ‘나만의 막걸리 만들기’라는 이름에 걸맞게 막걸리 병을 꾸미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제조날짜나 막걸리 이름을 지어 꾸미는 등 특별한 추억을 새길 수 있다.
특히 요즘 MZ세대 사이에선 다이어리 꾸미기(다꾸)·가방 꾸미기(백꾸) 등 ‘OO 꾸미기’ 트렌드가 유행이니 나만의 취향을 가득 담아 막걸리 병을 꾸며봤다.
병 꾸미기가 끝나면 혼화한 재료들을 병에 넣는다. 뚜껑을 덮으면 막걸리가 발효되기까지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막걸리, 기다림의 미학
원데이 클래스가 끝났다고 해서 막걸리 제조과정이 완료된 건 아니다. 막걸리의 성공 여부는 체험 후 2일 차와 3일 차에 달려있다.
나만의 막걸리는 체험 후 3일 정도 발효시킨 후 즐길 수 있는데, 2일 차에 막걸리를 한번 저어준 후 3일째 되는 날 다시 한번 저어줘야 한다. 밥알을 만져봤을 때 미끈거리지 않는다면 술을 짜서 마음껏 즐기면 된다.
술을 짜고 난 후 나오는 ‘술 지게미’로 만드는 과일 모주도 별미다. 알콜 도수가 약해 상큼한 과일 음료로 즐길 수 있다. 방법도 어렵지 않아 꿈브에서 나눠준 레시피를 보며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막걸리를 짤 수 있는 병과 짤주머니까지 챙겨주니 준비물도 필요 없다.
전통주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쉽게 접할 수 없는 전통주의 맛과 향을 느끼고, 내 취향을 가득 담은 막걸리까지 빚는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시간이었다.
평소 음주를 즐기거나 이색 데이트 장소를 찾고 있다면 전통주 시음·막걸리 빚기 체험을 해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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