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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기자

“어머니 생각나 돕지 않을 수 없었죠”

by 광주일보 2024.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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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섭 동광고속버스 기사 선행 ‘훈훈’
안과 수술 결과 듣기 위해 홀로 광주행 버스 탄 곡성 노인
병원 몰라 ‘발 동동’…이 기사, 점심도 거르고 병원 수소문
간호사에 경찰 도움 요청도…버스 탑승 할머니 보고 ‘안도’

이동섭 동광고속 기사가 광주시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 정차된 버스 앞에 서 있다. <이동섭씨 제공>

“쌀쌀한 날씨에 외투 한 장 걸치지 않은 어르신 모습에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나 돕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밭일에 바쁜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홀로 광주 병원을 찾아 나선 어르신을 열일 제치고 도운 광주의 한 고속버스 기사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광주시가 운영하는 ‘시민광장 광주ON’ 홈페이지 ‘칭찬합니다’ 게시판에 지난 20일 ‘동광고속버스 이동섭 기사님을 칭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곡성에 살고 있는 80대 이재형(여)씨의 딸이라고 밝힌 누리꾼이 작성한 글이다.

이 할머니는 지난달 12일 갑자기 곡성 집에서 사라졌다. 다음날 백내장 수술 결과를 확인하러 가족들과 광주의 안과병원에 가기로 했는데 하루종일 찾을 수 없었다.

이 할머니는 밭일에 바쁜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려고 홀로 광주행 버스를 탔다.

이동섭(62)기사가 운전하던 버스가 광주에 다다르자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이 할머니는 자신이 수술한 병원의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해 승객들에게 ‘안과에 가야 하는데 길을 잘 모르니 도와달라’고 연신 부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객들 아무도 이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았다. 거듭된 이씨의 부탁에 승객들은 손사래치며 일제히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본 버스기사인 이동섭씨가 선뜻 나섰다.

이씨는 “제가 모셔다 드리겠다”며 “버스에 서 있으면 위험하니 앉아계시라”고 말하고 이 할머니를 안정시켰다.

버스가 광주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 50분께, 점심시간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씨는 식사를 거르기로 했다. 이 할머니를 외면하고 돌아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다음 배차까지 1시간밖에 남지 않아 오래 시간을 비울 수 없는 상황에도 이씨를 도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 “차도 많고 복잡해 병원에 잘 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됐다”며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나서 그냥 보내드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의 손을 잡고 유스퀘어 터미널 밖으로 나온 이 기사는 횡단보도를 건너 한 대형 안과를 찾았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이씨의 수술 기록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기사는 주변 병원을 다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할머니 손을 잡고 다시 건너편 신세계안과를 찾았고 이씨의 수술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씨는 할머니를 진료실에 들여보낸 후에도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다음 배차 시간이 30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 이씨가 곡성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을 살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신세계안과 간호사를 붙잡고 “번거롭겠지만 어르신 진료가 끝나거든 꼭 경찰에 요청해서 곡성행 표를 끊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광주에서 곡성 석곡행 버스는 하루 4편밖에 없는데다 바로 다음 차인 오후 3시 30분 차를 놓치면 밤 9시 30분차를 타야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의사를 만난 이 할머니는 간호사와 경찰관의 도움으로 곡성행 3시 30분 버스에 올랐다. 이씨는 다른 기사가 운전하는 이 차에 할머니가 탔는지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좌석에 앉아있는 이씨를 보자 이 기사는 그제서야 안도하며 치료를 잘 받았는지 물었고 이씨는 “기사님 덕분에 치료도 받고 약도 타고 경찰관 도움으로 표도 끊었습니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 기사는 “다음부터는 자식들 도움 받으세요. 자식들에게 혼나면 말대꾸하지 마시고 다음부터는 안한다고 말하세요”라고 웃으며 “건강하게 오래오래 잘 사셔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이씨의 딸은 게시글을 통해 “어머니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덜컥 겁이 났었는데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기사님의 진심어린 배려에 감동을 받았다”며 “시간되실 때 꼭 한번 찾아뵙고 싶다”고 말했다.

고속버스 운전 경력 38년의 이 기사는 “그동안 승객들에게 핍박도 받고, 무시도 당하며 ‘내가 왜 운전을 하고 있나’ 회의가 들 때도 있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연히 기사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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