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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기자

수술 지연·퇴원 행렬…의료대란 첫날 대학병원 아수라장

by 광주일보 2024.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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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전공의 70% 사직…조기퇴원 통보 환자들 고성 지르며 울분
의료공백 대체 투입 대책 간호사들도 난감…의대생들은 동맹휴학 시작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 파업이 현실화된 20일 광주시 동구 전남대병원에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전남 대학병원이 대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을 증원하기로 한 것에 반발해 광주·전남 대학병원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집단사직서를 제출하고 무단결근을 하는데 이어 광주·전남 의과대학 학생들까지 동맹 휴학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대란이 현실화 됨에 따라 병원과 지자체는 각종 비상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진료보조인력인 PA 간호사 투입 등으로 의료공백을 메운다는 대책에 지역 간호사들도 난감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 의료대란 첫날 환자들은 전전긍긍 = 집단사직서를 제출한 광주·전남 전공의 들이 무단 결근을 한 첫날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은 의료대란의 움직임이 발생했다.

예정된 수술이 지연되고 일부 외래 진료가 미뤄지거나 진료 자체가 조정되기도 했다. 타 병원으로 이송되는 입원 환자들도 속출했다.

20일 전남대병원에서 예정된 전신마취 수술은 25건 이었지만, 일과시간내 9건이 진행됐고 2건이 심야까지 이어졌다. 11건의 수술이 지연된 것이다.

조선대병원 안과는 일부 검사에서 전공의 부족으로 지연됐으며 원무과에는 외래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도 파업으로 인해 진료가 단축됐다.

이날 오후 4시께 전남대병원 원무과 앞에서는 한 환자 보호자는 “어제 수술했는데 오늘 퇴원하라고 하라는 게 말이 되냐”며 “대학병원에서 사람 생명 갖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한 것 아니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조선대병원 혈액내과에 입원한 박종용(64)씨는 “입원해 15회 방사선 치료를 받기로 했지만 오늘 퇴원하라고 해서 당황스럽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날 오전 9시 50분께 조선대병원을 찾은 최덕진(87)씨는 “아내 치매 치료를 위해 오전 일찍 병원에 왔는데도 오후 2시가 다 되도록 원무과에 수납조차 못하고 있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 광주·전남 의료계 비상대책 가동 = 전남대병원은 20명으로 구성된 비상진료대책위원회(위원장 진료부원장) 가동에 들어갔다.

당장 외래, 입원, 응급실, 중환자실 등 진료는 최대한 현상 유지할 방침이다. 전공의 공백은 교수, 펠로우, PA간호사 등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수술은 응급수술 및 중증도가 높은 수술 위주 운영하되 기타 수술은 진료과별 자체적으로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조선대병원도 경증환자와 타 병원에서 진료·치료 가능한 환자들을 우선 협력병원으로 전원시켜 의료공백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별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간·야간·공휴일로 나눠 상황실을 운영 중이다. 상황실은 전공의 집단행동이 종료될 때까지 이어진다. 응급실이 운영되는 병원에서는 24시간 비상 진료를 실시한다. 광주지역 응급의료기관은 총 21곳이다. 권역 응급의료센터(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2곳을 제외하면 지역 응급의료센터(서구 서광병원, 남구 광주기독병원, 광산구 첨단종합병원·ks병원)4곳, 지역 응급의료기관 15곳이 운영중이다.

◇보조 인력인 간호사들도 난감=전공의 집단행동을 바라보는 간호사들의 눈길도 곱지 않다.

당장 부족한 전공의의 인력을 메우기 위해 PA간호사를 배치하는 대책에 대해서도 간호사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입원환자에 대한 처방이나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의사업무를 간호사가 대신 하게 되면 이에 대한 책임은 결국 간호사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다.

결국 간호사들에게 업무량이 늘어 의료사고 발생 우려가 높아져 환자 생명이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정새롬 조선대병원 보건의료노조 지부장은 “당장 오늘은 교수님들이 배치돼 있고 간호사들이 현장을 지키고 있지만 장기화가 되면 결국 고통은 환자에게 돌아갈수 밖에 없다”면서 “의사들과 정부는 서로 힘겨루기만 할 게 아니고 머리를 맞대 합의점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맹휴학…학사일정 차질 = 전남대와 조선대 의대 학생들은 20일 일제히 동맹휴학을 시작했다.

전남대에 따르면 재학생 731명 중 282명이 이날(4시 기준)으로 휴학계를 제출했다. 학생들이 수업에 무더기 결석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수업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는 학생들의 수업 불참에 따른 불이익 최소화를 위해 개강을 2주 가량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선대 의대에서는 신입생을 제외한 625명 재학생이 학생대표를 통해 교학팀에 휴학계를 제출했다. 재학생 90% 이상 제출했다고 조선대는 밝혔다. 조선대는 애초 19일 개강이었으나 오는 3월4일로 의대 개강 일자를 연기했다.

조선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수업거부 사태 등이 예견돼 의대의 개강일자를 연기해 학사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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