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설 분위기
호남 기반 정치인생 누린 이낙연
정권 심판에 찬물 끼얹을까 우려
민주당 계파갈등 끝내고 단합을
총선, 민생 살릴 계기로 만들어야
설 연휴 기간 광주·전남 지역민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선거’와 ‘민생 경제 해결’이었다.
지역민들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민생 경제도 챙기지 못하는 더불어민주당을 탓하면서도, 특히 연휴 첫날 제3지대 통합을 선언한 이낙연·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에 대한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을 단일대오로 치르더라도 경합지역인 수도권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동안 호남을 기반으로 ‘정치 인생’을 누려온 이낙연 대표가 민주당 승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역민들은 또 정치적 철학이 완전히 다른 국민의힘 탈당 세력과 결합한 만큼 호남에 어떠한 이익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권 심판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치지 못했다.
이병훈(광주 동남을)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은 “설 연휴 기간 동네를 구석구석 돌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이낙연 대표의 제3지대 통합신당이었다”면서 “이준석 대표와 합당해 공동대표를 하지만, 어찌 보면 이준석 밑으로 들어간 것 아니냐, 자존심도 없느냐면서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분개한 지역민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민주당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도 “국정을 파탄 낸 현 정권에 맞서야 할 판에 이낙연 전 대표가 참여한 제3지대가 도리어 윤석열 2중대 아니냐며 주민들이 분노했다”고 전했다.
녹색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정치적 철학이 다른 4개 신당이 모인 것은 이번 총선에서 ‘이삭줍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면서 “제3지대 신당은 이번 총선만 생각한 물리적 결합일 뿐, 정치적 철학이 다른데 어떤 정책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고 설명했다.
기성 정치권이 아닌 생업 현장의 민심도 이낙연 신당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번 총선에서 신당은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나름의 전망도 내놨다.
택시 기사 전모(71)씨는 “호남에서 수십 년을 커온 이낙연 전 대표는 세상을 그렇게 살면 안 된다. 정치인들이 ‘철새’가 많다고 하지만 이 전 대표만큼은 그래선 안 됐다”며 “이 전 대표가 민주당이 키워준 양향자 의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과 힘을 합쳤지만 정말 호남을 위한다면 조용히 있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987년 13대 대통령선거부터 8번의 대선과 약 12번의 총선을 치러오면서 이번처럼 머리 아픈 정치판은 처음 봤다”며 “대통령이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를 정도로 지혜가 없고 무능한 것은 국민들에게 절망만 주고 있다”고 정권 심판을 주장했다.
정현승(23)씨는 “또래 친구들은 정치에 관심도 없고 얘기도 안 하려 한다”면서도 “이준석·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에서 총선에 출마한다는 뉴스를 봤지만, 이들의 신당이 총선 판세에 큰 영향을 줄 일은 없을 거라는 게 대부분의 또래 친구들의 생각이다”고 제3지대 신당에 대해 평가절하했다.
윤석열 정부와 제1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상당수였다. 특히 민주당에 대해선 계파 간 갈등을 끝내고 단합을 통해 정권 심판을 해야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40대 윤모씨는 윤 정부에 대해 “치명적인 리스크를 봉합하려는 노력 없이 국정 운영을 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낮은 곳에서 나라와 세계를 보는 시각이 약하다고 생각한다. 정쟁을 무마시키기 위한 윗선 권한만 크고 책임은 아무에게도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조모(여·52)씨는 “현 정부가 잘하는 것 하나 없는데도,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도 잘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 “여당의 대안으로 국민의힘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친명·비명의 자리싸움을 그치지 않는 한 패배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최연석(62)씨는 “민주당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당일 때 제대로 일 처리를 못했고 민생을 위한 법안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현 정권을 무너뜨리고 여당 독주를 막기 위해선 민주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생을 살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병훈 의원은 “코로나19 때보다 경기가 더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여야 합의가 이뤄진 추경을 기재부가 반대한 데 대한 소상공인의 불만도 상당했다”고 전했다.
김채린(여·29)씨는 “가족과 함께 자영업을 하는데 요즘처럼 힘든 시기가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금리는 오르고, 장사는 안돼 말 그대로 ‘죽을 맛’”이라며 “물가 하나 잡지 못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이며 민생만 외치는 정치인들을 보면 힘이 빠지는 순간이 많다”고 털어놨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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