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소태길 3번길·경양로 271번길·남구 덕남마을 안길
도로폭 3.5m 안돼…북구 말바우 시장은 장날 좌판에 막혀
대부분 노후 주택에 마을 주민들 고령층 많아 대피도 취약
광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지역이 4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조한 날씨로 인해 연일 광주에서 화재로 인한 인명·재산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다 소방차 진입이 곤란한 지역은 대부분 긴급 대피가 힘든 고령 노인들이 살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광주소방본부에 따르면 2024년 현재 광주에서 소방차 진입 ‘불가 지역’은 3곳, ‘곤란 지역’ 1곳이 있다. 진입 불가 지역은 광주시 동구 소태길 3번길, 경양로 271번길, 남구 덕남마을 안길 등이며 진입 곤란 지역은 북구 말바우시장이다.
소방차 진입 불가 지역은 소방차 진입을 위한 최소 도로폭인 3.5m 이상의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 길이 100m 이상 이어진 곳으로, 소방청이 화재에 취약한 구역으로 별도 지정한 도로다.
곤란 지역은 차량 증가와 좁은 골목길, 이면도로 주·정차, 시장 상인들의 좌판, 인파 등으로 소방차 출동에 어려움이 있는 곳이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이날 찾은 광주시 남구 덕남마을안길은 소방차는 고사하고 승용차 한 대도 들어가기 힘든 ‘미로’같은 곳이었다.
초입부 도로 폭이 3.5m에 불과하고 깊이 들어갈수록 2.5m까지 폭이 좁아지는 도로가 190m 가량 이어져 있었으며 도로 양 옆으로는 노후한 목조 주택 10여가구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화재에 극히 취약하기 때문에 소방당국은 덕남마을 안길 골목마다 소화기와 비상소화 장치를 비치했다. 하지만 대부분 주민들이 고령의 노인인 탓에 소화기 사용법조차 모르고 있었다.
주민 김행희(71)씨는 “이곳이 화재취약지역이라는 말은 들었다. 몇 달 전인가 소방서에서 소화기도 설치해주고 훈련도 자주 나온다”면서도 “소화기 사용법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덕남마을과 나머지 3곳 모두 주변 건물이 노후화 돼 있고 거주자들도 70대 이상 고령의 노인들이 대다수였다.
동구 경양로 271번길 또한 도로 폭이 2~2.5m에 불과한 도로가 160m 가량 뻗어 있고, 도롯가에는 오래된 주택이 빈 공간 없이 들어차 있었다.
도로 입구에는 화재 진압을 위한 비상소화장치가 설치돼 있었으나, 호스 길이는 50m에 불과해 골목 안에 있는 25여가구를 모두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였다.
동구 소태길3번길 또한 폭 3.5m의 좁은 길이 100m가량 이어져 있었으며, 그나마 폭 7~8m 수준으로 넓은 인근 도로에도 차량들이 곳곳에 주차돼 있어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다.
주민들은 “소방차는커녕 119구급차도 골목 안으로 못 들어온다”며 “구급대원들이 안쪽까지 직접 뛰어와서 환자를 실어 날라야 하는 판인데, 불이나면 큰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북구 말바우시장은 도로 바닥에 ‘소방차 출동로’라는 문구가 쓰여 있고 대다수 상인들이 좌판을 소방차 출동로에까지 펼쳐놓지는 않아 비교적 안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광주소방본부 관계자는 “평소라면 몰라도 장날이면 상인들이 앞다퉈 좌판을 깔아놓기 때문에 출동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상인 김모(60)씨도 “3~4년 전에 시장에서 불이 난 적이 있었는데, 소방차가 크고 길어서 도저히 골목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며 “최근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소방훈련도 하고 상인들도 경각심을 갖고 있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소방본부는 이들 소방차 진입 불가 지역을 단기간에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도로를 넓히려면 주택을 허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화재 취약 지역으로 특별 관리를 하는 방안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광주소방본부는 소방시설을 우선적으로 확충해주고 대피 훈련이나 화재 초기 대응 훈련 장소로 삼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차 진입 불가 지역에 대해 꾸준히 개선책을 내놓고 있으나 길을 넓히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주민들의 인식 개선과 교육, 소방시설 확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만큼, 주민들도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화재 피해 예방 훈련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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