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건탐식단’ 박해정 활동가
회원들과 비건 식당 발굴 ‘비건 지도’ 제작…식당·술집 등 99곳
100% 비건 레시피도 공개…요리강좌·독서모임 등 다양한 활동
동네서점에 들렀다 ‘광주시 비건 지도’를 접했다. 지도에 실린 식당, 카페 등은 모두 87곳. 광주에 비건 음식점이 이렇게 많았나 싶었는데, ‘광주비건탐식단’(이하 비탐)이 식당 한 군데 한 군데 직접 발품을 팔아 찾아낸 결과물이었다. 비탐의 슬로건은 ‘비건 불모지를 비건 비옥지로 만들자’다.
2021년 시민 소모임에서 출발한 ‘비탐’은 느슨한 시민모임에서 벗어나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 광주동물권단체 ‘성난 비건’의 분과 모임으로 재출발했다. 창립 멤버인 박해정(40) 활동가는 초창기부터 비건 식당을 발굴, 정보를 나눴고 이번에 회원, 시민들과 함께 지도를 제작했다.
“음식점을 찾아가면 동물성 성분을 제외하고 요리가 가능한지, 다른 식재료로 대체가 가능한지 물어요. 된장찌개를 파는 가게라면 육수 대신 맹물로 끓여 야채만 넣어서 만들어 달라는 식이죠. 꿀 대신 올리고당을 사용하고, 계란 빼고 야채로만 전을 부쳐 달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어렵게 발굴해낸 식당 정보를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도를 만들기로 했다. 비건지도에는 87곳이 실렸고 현재는 식당과 술집 65곳, 베이커리 카페 34곳 등 99곳에서 비건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초기엔 까탈스러운 사람으로 비춰지는 게 신경 쓰였어요. 업주들의 마인드가 조금씩 변해가는 걸 보면 뿌듯합니다. 처음에 한 두 가지 음식만 판매하던 한 음식점은 바쁜 점심 시간은 피해달라고 했어요. 지금은 품목이 14개로 늘었고, 점심시간에도 먹을 수 있어요. 또 100% 비건 베이커리가 문을 열었습니다. 비건으로 바꿔 요청할 경우 가격을 깎아주는 업소도 처음 생겼고요. 가게를 개업하는 업주로부터 비건 음식에 대한 문의도 들어옵니다. 음식 품평을 해달라는 경우도 있고요. ”
비건 지도에는 100% 식물성 비건 레시피도 담겼다. ‘만원으로 비건 요리하기’, ‘비건으로 자취하기’를 주제로 ‘모나비(모두를 살리고 나를 돌보는 비거니즘) 요리강좌’를 진행했고 ‘감자’와 ‘행자’ 회원이 양배추 쌈밥, 샹그리아, 오코노미야끼 등 다양한 레시피를 공개했다. 또 비건, 기후 위기 등과 관련한 독서모임도 진행한다.
직장에 다녔던 그는 동물권, 환경 등에 관심을 갖게되면서 사회운동에 발을 들여놓았고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활동가로 일했다. ‘비탐’이 어두운 길을 밝혀주는 등불같은 모임이 되면 좋겠다고 말하는 박 활동가는 진입 장벽을 낮춰 비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마음을 쓰고 있다.
“모임에 오는 분들은 다양해요. 동물권, 기후위기, 환경 문제 등을 알게 돼 비건지향적 태도로 살아가려는 분들이 찾아오세요. 인생의 숙제인데 사회 생활을 하다보니 지금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는 분도 있지요. 또 단순한 호기심으로 오신 분도 많아요. 인간 동물, 비인간 동물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서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문을 던지고, 즐겁게 저항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게 필요합니다.”
활동가와 시민의 경계에 선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어 간다고 생각하는 그는 비건 친화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김미은기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맨발걷기 통한 치유의 경험 공유하고 싶어요” (2) | 2024.02.14 |
---|---|
효성 컬처 시리즈 ‘오은영 토크콘서트 동행’ (1) | 2024.02.06 |
이탈리아 곳곳에 남겨진 신화·역사·문학 발자취 찾아가다 (1) | 2024.01.27 |
“당신의 인권 편지가 지구촌 이웃을 살립니다” (2) | 2024.01.09 |
95세 엄마의 그림세상 “소박한 그림으로 마음 전할 수 있어 좋아요” (1) | 2024.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