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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전남 농촌서 유학 해볼까?” 도시 초교생들 눈빛이 반짝반짝

by 광주일보 2024.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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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옴천초교 ‘전남농산어촌유학 사전캠프’ 전국 초등생 12명 참여
2~3일 학교 머물며 집단 생활 체험…‘놀거리 가득’ 학생·학부모 호평
올 1학기 전남 48개 학교 301명 지원…폐교 위기·지방 소멸 대안으로

지난 26일 강진군 옴천면 옴천초 운동장에서 ‘전남농산어촌유학 캠프’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승마 체험을 하고 있다.

“와, 말이다! 선생님, 쓰다듬어 봐도 돼요?”

지난 26일 강진군 옴천면 옴천초에서는 겨울방학 기간임에도 어린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서울을 비롯해 공주, 울산 등 전국 각지의 도시에서 온 어린이 12명이 지난 25일부터 3일에 걸쳐 열리는 ‘전남농산어촌유학 사전 캠프’를 즐기러 찾아온 것이다. 도시에서 받았던 성적, 교우관계 등 각종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골 생활을 경험하러 온 어린이들이다.

이날 오전 강진청자 만들기 체험을 한 어린이들은 옴천초 운동장에 등장한 하얀 갈기의 말 두 마리를 보자 환호성을 질렀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한 명씩 말에 올라타 운동장을 거닐면서 아이들은 “무섭다”, “떨린다”면서도 시종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삭막한 도심에서 벗어나 널찍하고 평온한 시골 학교로 모인 어린이들에게 강진 옴천초는 놀 거리로 가득한 ‘천국’ 같은 곳이었다.

정자에 앉아 군밤과 군고구마를 구워먹는가 하더니 어느새 자기 몸집만한 연을 날리며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해가 지자 강진읍 ‘청자골 엄지마을’로 가 부모와 함께 캠프파이어를 즐기고, 옴천초 앞 ‘옴냇골산촌유학센터’에서 옹기종기 모여 잠을 청하기도 했다. 또 손두부·딸기고추장 만들기, 전통놀이 체험, 바다캔들 만들기 등 도시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체험 프로그램들에 어린이들은 푹 빠져버린 모양이었다.

이소담(10·서울 마곡동)양도 “서울에서 있을 땐 드럼, 수영, 영어, 글쓰기 등 밤 9시까지 학원을 다녀야 하는데, 시골에 내려오니 그런 압박이 없어 좋다”며 “친구를 사귀기도 편하고, 재밌는 일이 많다. 엄마에게 제발 유학 오게 해달라고 졸라야겠다”고 웃었다.

전다인(9·충남 공주시)양은 “말에 올라타서 학교부터 주변 마을까지 한 눈에 봤다. 학교도 알록달록하고 유치원도 다르고 모든 게 신기하다”며 “도시에 있을 땐 공부도 해야 하고 친구도 만들어야 해 우울할 때가 많았는데, 강진에 오니 답답했던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을 따라 유학 사전 설명을 들으러 온 학부모들도 “처음 해 보는 시골 생활이 어떨지 걱정됐는데, 막상 와서 보니 마음이 평안해진다”고 입을 모았다.

전명진(11)군의 어머니 이차영(41·울산시)씨는 “학교에서 받은 공문을 통해 유학캠프를 알게 돼 참여했는데, 강진의 탁 트인 풍경에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아이에게 같이 강진에서 살아보자고 설득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며 “시골에서 아이들이 격 없이 어울리고 노는 것이 오히려 집단생활 경험을 쌓아 주고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전남도교육청은 지난 2021년부터 ‘전남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날 강진에서 이뤄진 ‘사전 캠프’는 유학에 앞서 2~3일간 학교 생활을 체험해 보고 유학 생활 설명을 들어 보는 프로그램이다.

전남 이외 지역 학생들이 전남의 각 시·군에 전입 및 전학을 와 6개월 이상 머무르며 특색있는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도교육청은 지방소멸에 더불어 인구절벽까지 심화해 전남의 학교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대안으로 유학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왔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의 ‘2023 교육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은 전교생 60명 이하 학교가 212개교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강진 옴천초는 도교육청보다 앞서 지난 2013년부터 유학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실제 옴천초는 지난 2013년 전교생이 15명에 불과해 폐교를 눈앞에 뒀으나, 유학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2024년 현재까지 전교생 18명(유학생 5명)을 유지 중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2024학년도 1학기 기준 전남농산어촌유학 운영학교는 총 16개 시군 48교(초 38교, 중 10교)다.

참가자는 어린이만 따로 센터에서 숙식하는 센터형, 부모가 함께 지역으로 전입해 오는 가족 체류형, 기존 농가에서 머무는 농가홈스테이형 중 하나를 골라 유학할 수 있으며 도교육청을 통해 가구·학생당 월 30만원의 유학 경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2024학년도 전남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에는 1차 모집에 268명의 지원자가 몰렸으며, 2차 모집에도 43명이 지원하는 등 총 301명이 지원했다.

유학 인원은 2021년 1학기 82명·2학기 165명, 2022년 1학기 304명·2학기 304명, 2023년 1학기 256명·2학기 279명 등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서울에서 찾아오는 유학생이 많다. 올해 1학기 1차 지원자 268명 중 46.6%인 125명이 서울 출신이다. 경기, 부산, 경북, 충남, 대전, 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유학 신청이 몰려들고 있다고 도교육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도교육청은 29일까지 올해 1학기 2차 모집을 마치고 오는 31일 유학생 최종 배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참여자들은 오는 2월 23일까지 주소 이전 및 전학 처리를 마치고 2024학년도 1학기부터 유학 활동을 시작한다.

김대성 강진 옴천초 교장은 “농산어촌 유학을 통해 폐교 위기였던 시골 학교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 어린이,학부모들이 머물게 되면서 지방 소멸을 막는데도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농산어촌 유학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진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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