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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너무 늦은 정의…소송 3명 숨진뒤 ‘승소 판결’

by 광주일보 2023.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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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피해 ‘2차 소송’ 9년 10개월만에 대법서 승소
미쓰비시·일본제철 유족 1명당 1억~1억5천만원 지급해야
유족들 “판결이라도 보고 가셨더라면 한이라도 풀었을텐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과 법률 대리인단이 21일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후 재판과정에서 고인이 된 광주·전남지역 피해자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대법원 법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어머니께서 판결을 보고 돌아가셨더라면 한이라도 풀고 가셨을텐데….”

일제 강점기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동원된 광주출신 故 양영수 할머니의 딸 김정옥씨의 하소연이다.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1940년대 일제 강제동원의 책임을 묻는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9년 만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지만, 소송에 참여한 피해 당사자들이 모두 사망했기 때문이다. 당사자는 모두 4명으로 일본에서 1944년 숨진 오길애씨를 제외하고 양영수(1929~2023년 5월), 심선애(1930~2019년 2월), 김재림(1930~2023년 7월) 할머니는 판결을 기다리다 고인이 됐다.

이들은 2014년 2월 광주지법에 1심 소송을 제기해 9년 10개월 만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21일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1940년대 강제동원돼 노역에 시달린 피해자들과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2건에서 상고를 기각해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판결이 확정되면서 미쓰비시와 일본제철은 피해자 한 명당 1억∼1억5000만원의 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유족에게 지급해야 한다.

미쓰비시와 일본제철은 각 6개와 4개의 상고이유를 들었지만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범기업들은 손해배상 청구권이 시간이 지나 소멸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들에게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고(일본 기업)를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봤다.

결국 2018년 이후 소멸시효를 기산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 가능성이 확실하게 됐다고 볼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서 확정된 판결에 따른 배상금 지급 명령이 이행되지 않고 있어 일본 기업들에 의한 직접 배상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되고 있다.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소송 당사자들은 1942∼1945년 국책 군수업체 일본제철의 가마이시제철소와 야하타제철소 등에 강제 동원돼 노역 7명이다.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소송 당사자는 4명으로 모두 광주·전남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또는 그 유족이다.

피해 당사자는 양영수, 심선애, 김재림 할머니와 일본에서 1944년 숨진 오길애씨다.

이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944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공장에서 강제로 끌려가 일했다. 13~14살의 나이에 온종일 군용 비행기 부속품을 만들고 비행기 동체에 페인트칠을 하는 등 혹사했다.

일본에서 중노동과 굶주림에 시달렸으나 해방 이후에도 어렵게 살아온 이들은 임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광주대성초등학교 1회 졸업생인 양 할머니는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공짜로 할 수 있다는 일본인 선생의 권유로 14살이던 1944년 5월께 일본에 건너갔다.

광주 수창초등학교를 졸업한 심 할머니도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꾀임에 넘어가 양 할머니와 같이 일본에 건너갔다.

1944년 화순군 능주초등학교(옛 능주공립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광주시 동구 불로동에 있는 삼촌집에서 가사 일을 돕던 김 할머니도 일본 모집책이 일본에 가면 ‘밥도 배부르게 먹여주고, 공부도 시켜준다’는 말을 믿고 일본으로 향했다.

목포 산정초등학교를 졸업한 오씨도 같은 사연을 안고 미쓰비시에 끌려갔다. 다만 오씨는 1944년 12월 도난카이 대지진으로 공장 건물더미에 깔려 숨져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 3명은 모두 소송을 제기해 한마음으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기다렸지만, 대법원 승리소식을 듣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날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입장문을 내고 “오랜 세월 동안 학수고대하며 이날만 기다렸을 원고들과 함께 판결을 환영한다. 하지만 판결이 미뤄지는 사이 피해자이자 원고 할머니 3명이 차례로 돌아가셨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재판 지연 책임을 엄중히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민모임은 “현재 대법원에는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강제동원 피해 사건뿐 아니라 양금덕 할머니의 특별현금화명령(강제매각) 재항고 사건이 계류 중”이라며 신속한 판결을 선고해 줄 것을 촉구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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