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종류부터 즐기는 법까지…우리 술 이야기가 술~ 술~
담양은 대나무의 고장이다. 예전에는 죽세공품의 생산지로 명성을 떨쳤지만, 지금은 대나무를 모티브로 한 힐링 관광지로 유명하다.
대나무의 쓰임은 여기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대나무와 연관된 술이 있다. 어떤 이들은 한두 번 맛을 봤을 수도, 또 어떤 이들은 들어봤을 수도 있다.
담양을 대표하는 양조장이 있는데 그 명칭이 ‘추성고을’이다. 대표 술은 ‘추성주’다. 양대수 명인(대한민국 식품명인 22호)은 집안에서 4대째 전해오는 ‘추성주’를 복원해 빚고 있다. 신라시대부터 담양은 추성고을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추성주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내려온다.
바야흐로 약 1천 년 전인 고려 문종 때 일이다. 담양 인근에 연동사라는 절이 있다. 이 절은 스님들이 빚는 곡차 맛이 유명하기로 자자했다. 늙은 살쾡이가 인간으로 둔갑해 훔쳐 먹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이영간이라는 유생에게 발각되기에 이른다. 살쾡이는 목숨이 위태롭게 되자 살려만 주면 도움이 되는 비법을 담은 책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이영간은 책을 받고 살쾡이를 살려준다. 그리고 이후 이 책을 토대로 그는 출세하게 된다.
전설의 술 제조법이 양대수 명인 집안으로 전해진 것은 명인의 증조할아버지 때다. 불교신자였던 명인의 증조부는 시주에 대한 보답으로 스님으로부터 제조법을 배우게 된다.
술술 빠져드는 우리 술에 대한 세계를 담은 책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우리술의 종류부터, 즐기는 법, 그리고 술을 빚는 이들의 이야기 등을 담은 ‘백종원의 우리술’은 우리술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다. ‘요리하는 CEO’이자 외식경영 전문가인 백종원 대표가 저자다. 그는 그동안 유튜브와 TV 방송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술을 알려왔다.
그는 방송 촬영을 위해 외국에 나가면 음식뿐만 아니라 술도 맛보곤 했다. 그때마다 다양한 술의 향연에 놀랐다. 나중에 우리나라에도 막걸리, 약주 등 발효주 외에도 소주 종류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저자는 3~4년 전부터는 술빚기에 매달렸는데 하면 할수록 재미가 있고 매력에 빠져들었다. 지역 양조장도 찾아다니고 우리술 전문가들을 만나 자문을 구했다. 우리술의 풍부하고 깊은 세계로 안내하는 입문서는 그렇게 탄생했다.
저자는 전국 39곳 양조장을 찾아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양조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앞서 언급한 추성주는 약주, 증류주 두 가지가 있다. 추성고을에서는 약주에는 ‘대잎술’, 증류주에는 ‘추성주’라는 제품명이 표기돼 있다. 약재를 침출해 ‘대잎술’을 만들고, 이를 증류 후 다시 약재를 넣어 2차로 침출하면 ‘추성주’가 완성된다.
강진 병영에는 옛 병마절도사와 병사들이 마셨다는 ‘병영소주’가 있다. 김견식 명인은 말단 공장직원으로 시작해 경영주가 됐다. 그는 60년이 넘는 세월을 병영소주와 병영양조장을 위해 보냈다.
“‘병영소주’는 밑술인 주모를 만들고 여기에 보리쌀로 고두밥을 지어 거듭 덧술하는 일종의 삼양주 방식으로 발효하여 증류를 위한 술덧인 발효주를 빚는다. 그 발효주는 쌀로 빚은 것에 비해 색이 거뭇하고 단백질과 기름기가 많은 형상을 지닌다. 이를 상압으로 두 번 증류하면 색이 맑고 부드러우며 스파이시한 향에 은은한 단맛을 내는 ‘병영소주’가 된다.”
소주의 맛은 숙성에 달려 있다고 믿는 충북 충주의 ‘담을술공방’의 대표 이윤은 직접 숙성항아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개발 후 판로가 막히면서 직접 술을 빚었다. 이곳의 소주 브랜드는 ‘주향’으로 “탄내나 누룩 냄새가 없는 깔끔한 맛”을 지닌다.
이밖에 책에는 양양술곳간, 보은송로주, 해남진양주, 보은송로주, 신평양조장, 제주샘주 등 다양한 우리술 양조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우리술을 찾는 방법, 술맛을 결정하는 누룩, 누룩을 사용하는 방법, 내 맘대로 담그는 술, 담금주 이야기 등 술과 연관된 상식들도 소개돼 있다.
백 대표는 “‘우리술’에 관해 깊고 넓은 지식과 정보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미흡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책이 ‘우리술’의 이해도를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고, 이 책을 계기로 더 많은 ‘우리술’ 관련 책들이 나오길 소망합니다”라고 밝혔다.
<2만4800원·김영사>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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