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2018년 506건서 5년새 2배 가까이 증가…올 1000건 넘을 듯
지난해 대규모 적자에 송배전 설비투자 전년 대비 37472억원 감소
호당 정전시간 2018년부터 증가세…피해복구 시간도 점차 늘어나
#1. 지난 11일 오후 3시50분께 광주시 서구 쌍촌동과 광천동, 유촌동 일대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상가와 빌라 등 155여 세대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한국전력은 정전이 발생하자 자체시스템을 통해 해당 세대에 단전 사실을 알리는 내용의 안내문자를 발송했지만, 시민 불편은 이어졌다. 한전은 이날 정전의 원인을 지상변압기 고장을 추정하고 변압기를 교체해 사고 발생 4시간 여 후에야 복구 작업을 완료했다.
#2. 무더위로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던 지난 8월 7일 새벽 4시20분께 광주시 서구 풍암동과 남구 송하동 일대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이로인해 일대 아파트 약 1200세대 주민들이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기를 가동하지 못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이날 사고는 전신주에 설치된 ‘피뢰기’(낙뢰 피해 차단 장치)가 고장나면서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전은 1시간 30분여 만에 복구했다.
잇따르는 전력 공급 이상으로 시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정전 발생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피해 복구에 소요되는 시간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잦은 정전이 전력망 운영 책임을 지고 있는 한국전력의 부채 때문이라는 지적과 함께 부채 해소 전에는 관련 사고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2018년 506건에 불과했던 정전 건수는 지난해 933건으로 84%(427건)나 증가했다. 정전 건수는 지난 2019년 641건→2020년 649건→2021년 735건으로 매년 증가해 왔고 지난해 933건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의 경우 1000건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광주·전남지역의 정전 발생 건수 증가폭은 더욱 컸다. 지난 2018년 광주·전남에서 발생한 정전은 45건이었으나 매년 증가를 거듭해 지난해 95건으로 111%(50건) 불어났다. 이로 인한 지역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전 발생 시 피해복구까지 걸리는 시간을 뜻하는 ‘호당 정전시간’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당 정전시간은 지난 1981년(891분) 이후 시스템과 설비 증설로 감소해왔지만, 2018년(8.59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9년 8.61분 , 2020년 8.9분, 2021년 8.92분으로 점차 늘더니 결국 지난해 9분 대를 넘어서며 호당 정전시간 9.05분을 기록했다.
물론 프랑스(49분)와 영국(38분), 독일(12.8분) 등 주요 선진국에 견줘 낮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줄어들어야 할 피해복구 시간이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적자난을 겪고있는 한전이 전력망 관리에 소홀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6일 울산에서는 15만5000세대에 정전이 발생해 지난 2017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정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한전은 대정전 사고와 적자 상황과의 연관성에는 선을 그으며 “노후 설비는 규정대로 제때 교체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늘어난 정전 사고와 관련해서는 “지난 2019년 이후 배전계통 운영정책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전환함에 따라 화재 등 관련 안전사고에 대비해 안전 민감도를 단계적으로 증대하고 있다”며 “안전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반대급부로 정전 건 수가 소폭 증가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전의 설명 대로라면 운영정책의 변화로 전기로 인한 화재사고 등 재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들리지만, 안전민감도를 올린 만큼 정전 건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전기요금 인상으로 서민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요금은 올릴 대로 올려놓고 피해 방지에는 소홀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당장 송배전 설비에 대한 한전의 투자는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한전의 송배전 설비 투자규모는 6조135억원으로, 전년(6조 3907억원)에 견줘 3772억원(6.2%) 감소했다. 한전이 200조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는 만큼 추후 송배전 관련 투자는 예년만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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