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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북스

민중의 시대 - 박선영 엮음·박종우 옮김

by 광주일보 2023.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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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는 이례적인 시대가 아니다. 쇠퇴해버린 사회운동의 시대, 세계화와 무관하고 현대인의 삶과 동떨어진 그런 시대도 아니다. ‘민중의 시대’는 한반도에 민주적인 문화와 사회를 꽃피운 정치적·문화적 에너지로 넘쳐나던 시대다.”(박선영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1980년대는 그 당시만의 상황과 이전 시기의 역사적 발전을 함께 보여 주는 풍성한 문화적·사회적 태피스트리(Tapestry·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다.”(황경문 호주국립대 교수)
 
광주민주화운동, 국가보안법,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민중미술, 6월 항쟁, 박종철, 이한열, 임수경, 박노해…. ‘1980년대’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인가? 

박선영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들어가며’에서 “오늘날 1980년대의 문화를 재조명하는 것은 한국 역사의 가장 중요한 시대중 하나에 대한 새로운 주제, 주체성, 이론적 관점의 제공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시기에 관한 학술연구가 정치적 변동과 해방의 서사에 집중되면서 당대의 복잡하고 모순된 모습을 살피는데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민중의 시대’는 12편의 논문으로 살펴본 1980년대의 자화상이다. 2013년 11월 성균관대에서 열린 ‘아래로부터의 글쓰기’ 학회에서 구상돼 한국과 미국, 호주에 기반을 둔 연구자들의 4년에 걸친 학회활동과 공동 연구 끝에 영문판 논문집으로 결실을 맺었다.
 
‘1980년대 한국문화사 다시 쓰기’라는 부제를 붙인 한국어판은 크게 ▲1980년대 한국의 역사와 기억 ▲초국가주의 ▲신노동문화 ▲상호교차성 페미니즘 ▲대중문화 등 5개 파트로 나눠 1980년대를 세밀하게 분석했다. 

김재용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반제국주의적 초근대로서의 1980년대’ 글을 통해 “한국의 비판적 지식인들은 1980년대 초반 광주항쟁을 계기로 미국의 마법에서 풀려났다. 

그리고 1980년대 중반 소련의 붕괴로 사이비 진보의 미망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따라서 1980년대 한국은 제국주의적 근대를 넘어서려는 새로운 시도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고 파악한다.
 
이솔 뉴욕주립대 교수는 1980년대 새로운 예술언어로 탄생한 ‘민중미술’에 대해 살핀다. 1986~1989년 도쿄와 뉴욕, 평양에서 열린 민중미술 전시회를 되짚어보는 내용은 생경하다. 천정환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1980~90년대 노동자문학회와 노동자 문학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 

1976년 ‘공장의 불빛’(석정남)과 1978년 ‘어느 돌멩이의 외침’(유동우), 1984년 시집 ‘노동의 새벽’(박노해) 등과 같이 “‘노동자 글쓰기’의 본질은 무명인 개개인들의 집합적인 문화실천이며 그 효과로 생성된 문학의 전면 재배치이자 앎-혁명의 잠재성이다”고 말한다.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대중음악사의 맥락에서 본 민중가요’를 통해 민중가요와 대중음악에 대한 이분법적인 기존의 시각을 넘어 민중가요를 대중음악의 일부로 새롭게 보자고 강조한다. 

저질 상업영화라 폄하해온 에로 방화 또한 1980년대의 대중문화 산물이다. 이윤종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전임 연구원은 “진보적이었든 퇴행적이었든 1980년대의 에로방화는 압축 근대화를 겪은 한국인의 감성구조를 반영했다”면서 “계급, 젠더, 인종이 교차하는 국내외의 문화정치 속에서 진보와 퇴행 사이를 진동했던 장르”로 재정의한다.
 
요즘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관객 500만명 흥행의 여파로 1979년에서 1980년으로 넘어가는 정치사회적 격동의 시기에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간 ‘민중의 시대’는 기존의 ‘격변과 해방의 서사’나 ‘민중지식인’ 중심이 아닌 노동자와 여성, 시민, 비주류 예술가의 눈으로 1980년대 한국 문화사를 새롭게 바라본다. 

1980년대에 질풍노도의 청년기를 보낸 ‘386세대’가 이제 ‘586’이 돼버린 현재, 이 책은 독자들에게 1980년대 한국문화라는 ‘숲’과 ‘나무’를 새롭고,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창(窓)을 제공한다.  <빨간소금·2만3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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