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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기자

텃세·가난에 우울한 삶이었는데 한국 생활 16년만에 활력 생겼죠…이주여성들의 지원군 광산구 ‘휴먼서비스 네트워크’

by 광주일보 2023.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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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이혼 후 세 아이 양육…장애인남편 대신 가장 역할
일자리 매칭·치료비 지원·법률공단 동행 등 ‘한줄기 빛’
“비행기값 지원받아 내년엔 아이들과 태국 친정 갑니다”

“몸도 예전같지 않고 우울증으로 힘들지만 우리 가족을 도와주신 분들의 친절 덕분에 힘을 받아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주여성 김태연(여·42)씨가 지난달 광산구청 사례관리통합돌봄과에 보낸 편지 내용이다.

김씨는 16년전 한국에 정착한 이후 고부갈등에 못 이겨 한국인 남편과 이혼하고, 친구도 이웃도 없이 우울증까지 앓다가도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버는 등 힘든 한국 생활을 이어왔다. 김씨는 다문화, 장애인 등의 위기 가구를 대상으로 복지, 보건, 교육, 의료 등을 지원하는 광산구의 ‘휴먼서비스 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5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광산구청에서 휴먼서비스 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광주·전남 지역 이주 여성들을 만나 보니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들을 안고 한국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 2007년 태국 농부아람푸에서 관광비자를 받아 한국에 온 김씨는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해 한국에 정착했다.

김씨는 한국인 남편과 오손도손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광주에 왔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한국인 남편과는 시댁 문제로 갈등이 깊었고, 결국 이혼했다. 수년 뒤 태국인 남편과 새로운 결혼생활을 시작했지만, 폭언과 폭력, 심지어는 자녀를 향한 학대까지 벌어졌다. 결국 태국인 남편과도 이혼했으며 남편은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강제추방됐다.

김씨는 낯선 땅에서 중학생인 첫째 딸과 초등학생인 아들, 4살배기 아들까지 3명의 자식을 홀로 키워내야 했다.

매달 120만원 가량의 생계지원비를 받았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김씨는 “아이들이 ‘왜 우리는 항상 돈이 없냐’고 물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고 눈물을 보였다.

친구도, 이웃도 없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학부모회도 나가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인 부모들과 대화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졌고, 수면제 없이는 잠들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김씨의 삶은 2020년 지역아동센터에서 광산구청에 김씨에 대한 ‘고난도 사례관리’ 지원을 요청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딸의 자가면역 질환인 ‘루푸스’ 치료비와 일자리 매칭 서비스, 양육 물품 지원, 명절 위문 물품 지원, 이혼 서류 절차를 위한 대한법률구조공단 동행서비스 등을 받게 된 것이다.

김씨는 “내년에는 광산구의 비행기삯 지원으로 자녀들과 함께 처음으로 태국에도 다녀올 계획이다”며 “한국 생활 16년만에 처음으로 삶에 활력이 생겼다”고 웃었다.

베트남에서 온 김해진(여·34)씨는 남편을 따라 뱃일을 시작했으나 온갖 멸시와 텃세에 시달려야 했다.

김씨는 스무살이던 해 베트남에서 만난 남편과 한국에 와 완도에 정착했다. 4년간 간호조무사로 일한 이후 10여년간 전복채취를 하며 돈을 벌었다. 남편이 장애의 정도가 심한 발달장애인인 탓에 실질적으로 가장의 역할은 김씨가 도맡아야 했다.

시댁에서는 김씨에 대한 멸시가 심했다. 뱃사람들의 텃세도 심해 일하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시댁과 갈등을 못 이기고 남편과 이혼했으며 광주시 광산구에 정착했다. 완도에서 ‘드림스타트’ 지원을 받던 김씨는 광주로 이사오면서 광산구 사례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됐다.

김씨는 이혼과 동시에 수급비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최대한 빨리 신청해야 공백없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서둘러 필요한 지원사업에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김씨는 “한국의 복지는 대부분 ‘신청제’로 이뤄진 탓에 외국인들은 어떤 혜택이 있는지 누군가 알려주지 않으면 알 수 없다”며 “사례관리서비스는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혜택을 알려주기 때문에 미처 몰랐던 부분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 한국에 왔을 때의 외로움과 돈없는 서러움, 정보의 한계 등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이주여성들의 마음을 잘 안다”며 “여유가 된다면 태국 마트를 운영하며 이주여성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하며 돕고 싶다”고 소원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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