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마 예정자 ‘선거 전초전’
조직 확인·세 과시에 최고 효과
지역 고위직 인사들, 고민 토로
국민의힘, 당 차원 자제 분위기
민주 일부 현역, 별도 행사 안해
“신인들에겐 긍정적 측면 있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출마 예정자들의 출판 기념회가 봇물을 이루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정치인의 철학과 비전을 유권자에게 알리는 출판기념회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출마 기념회’이자 신종 ‘정치 공해’로 자리 잡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8일 지역정가 등에 따르면 최근 출판 기념회는 정치인들이 출마 전 거치는 ‘필수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출판 기념회는 ‘조직을 재확인’하고 ‘세력을 과시하는 장’으로 악용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출판 기념회는 ‘자서전’을 판매해 자금을 마련하려는 장이 됐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모금액 제한이나 공개 의무가 없기 때문에 선거 자금을 마련하기 가장 쉬운 통로가 됐다.
현 선거법에 따르면 책을 무상으로 주거나 1인당 1000원 초과의 다과 제공은 불가능하다. 선거구민에게 무작위로 초청장이나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없으며, 전문 직업 가수, 합창단 공연은 금지돼 있다. 장소, 초청 인원 제한 규정은 별도로 없지만, 출판 기념회 자리에서 후보자 업적 홍보 등은 금지된다.
또 선거일 90일 전까지만 출판 기념회를 열 수 있다. 내년 총선 기준 내년 1월 11일부터 개최가 전면 금지되기 때문에 올 연말까지 총선 출마 예정자들의 출판 기념회가 잇따라 열릴 전망이다.
정치인들은 정치자금 모금을 위해 출판 기념회를 선호하는 분위기이지만, 초대받은 이들 중에는 “매주 돈을 내야 하는 애경사가 이어지는 느낌이다”며 부담스럽다는 이도 많다.
출판 기념회가 시민과 만날 수 있는 통로이며, 합법적인 후보 홍보 수단이라는 긍정적 의견도 있지만, 초대 연락 자체만으로 ‘청구서’ 같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지역 기업 고위직 관계자는 “출판 기념회를 계획하고 있는 많은 정치인들이 동향, 동문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참석해달라고 요청할 경우 당황스럽기도 하다”며 “바쁜 일정에 힘들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선거 전초전’으로 자리잡은 출판 기념회에 부정적 인식이 있다 보니 현역 의원들은 행사 개최를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호남 민주당 현역 의원 중 20~30%가량만 현재 출판 기념회를 열었거나 계획 중이며, 국민의힘의 출마 예정자 대부분은 행사 개최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앞서 출판 기념회가 모금 통로로 전락하면서 2018년 출판 기념회 투명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은 넘지 못했다.
하지만 신인 정치인 등에게는 출판 기념회가 유일한 ‘소통 창구’라는 의견도 나온다.
공진성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역 의원은 출판 기념회를 하지 않아도 공식적으로 후원금을 모을 수 있어 정치 신인들과 기본적인 조건이 다르다”며 “도전자 입장에서 무슨 돈으로 선거를 치르겠나. 사비로 선거를 치르라고 하면 부자들만 정치를 할 수 있는 세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광주·전남 지역 특성상 ‘경선=본선’ 공식이 있는 만큼 경선 비용 부담으로 불가피하다는 것이 공 교수의 설명이다.
공 교수는 “정치자금법 위반 범위를 벗어나 유일하게 허용하는 게 출판 기념회다. 광주·전남지역은 경선이 곧 본선이기 때문에 본선보다 경선에 드는 비용이 많이 든다”며 “출판 기념회를 통해 후보자의 개성과 능력을 드러내고, 유권자들이 참고할 수 있다면 유명한 현역 의원과 신인 시민 정치인에게 들이미는 잣대를 다르게 하는 등 출판 기념회의 긍정적인 측면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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