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사람들, 12월 5일 빛고을노인건강타운 문화관 무료 공연
중증 장애인 6명 옴니버스극화…장애인극단·전자바이올린 협연
승부욕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일용’, 휠체어 이용자들의 일상적 삶에 대해 고민하는 ‘영준’.
휠체어를 끌고 열연하는 장애인 배우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는 메시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나씩 펼쳐지는 가족, 친구, 꿈 이야기는 일상 속에서 겪는 ‘불편’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다 보면 이 세상도 꽤나 괜찮은 곳임을 실감하게 한다.
(사)실로암사람들이 ‘살아보니 괜찮은 세상이더라’를 오는 12월 5일 오후 7시 빛고을노인건강타운 문화관 공연장(2층)에서 연다.
연극팀 하나된 소리가 선보이는 제32회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이야기’ 일환으로, 장애인 생활기를 생생하게 극화해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희망 등을 동시에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공연은 중증 장애인 6인이 살아오며 겪은 실제 에피소드를 초점화한다.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운동쟁이 일용, 자신에게 솔직해지려 애쓰는 소라, 꿈과 현실을 생각하는 대왕, 평범한 삶을 모색하는 영준, 자립하면서 겪는 고통을 이야기하는 승규, 첫 보금자리에 친구들을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경한의 이야기 등이 그것.
“1인 3역을 맡으면서 방대한 대본을 숙지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래도 장애인의 마음은 당사자인 우리가 가장 잘 아니까, 주연과 조연을 겸하면서 삶의 고충을 최대한 극에 녹이는데 집중했죠. 이번 무대가 ‘장애’라는 장벽을 넘어 장애·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공연에 출연 예정인 배영준 씨의 말이다. 그는 이전에도 독립영화 ‘똥 싸는 소리’, 연극 ‘사랑의 온도’ 등에서 연기했던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리허설 등 전 과정이 녹록지 않았고, 매번 장애인으로서 무대에 오르는 것부터 ‘하늘의 별 따기’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준비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묻자 “출연배우들이 휠체어를 타고 있기에, 동선이 꼬이지 않도록 무대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신경쓰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리허설 대본지를 들여다 보니 “할 수 있지?”라는 대사에 유독 굵은 형광펜 표시가 되어 있었다. 고단한 현실에 놓인 장애인 배우들이 스스로에게 반문하며 또한 자신을 격려하는 질문으로 다가왔다.
여섯 편의 에피소드는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지만 전체적인 관점으로 보면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된다. 즉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된 이들의 현실’을 옴니버스극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기획은 김모세, 연출은 황민형이 맡았다. 장애인극단 그래도, 공연창작소 아라리연이 출연할 예정이다. 강명진은 전자바이올린으로 ‘바이올린을 위한 탱고’와 ‘내사랑 내곁에’, ‘마법의 성’ 등 익숙한 곡들을 연주한다. 이외 실로암수어중창단이 잔나비 곡 ‘슬픔이여 안녕’, 윤도현 밴드의 ‘흰수염 고래’를 수어를 통해 들려준다.
하나된소리 김모세 기획자는 “장애인의 자립 생활기를 모티브로 한 공연이 장애인은 물론 타자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고, 더 나은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했으면 한다”며 “공연을 통해 장애인들이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관객들이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실로암사람들에서 주최하는 ‘하나된소리’는 문화예술로 장애인 인권, 복지 현장의 목소리를 풀어낸다는 기치를 내걸고 펼쳐왔다. 1990년 초연한 이래 지금까지 총 31회에 걸쳐 공연했다.
무료 관람.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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