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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후 첫 수능…광주·전남 표정
교사들 학생 손 잡아주며 기원
부모들 시험장서 발걸음 못 떼
경찰, 지각 위기 수험생 긴급 수송
수능 도전 직장동료에게 선물도
광주·전남 고3 수험생들이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고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렀다.
16일 광주·전남지역 고사장 주변에서는 수험생이 교사들과 후배들의 열띤 응원을 받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마지막 순간까지 차분하게 제자를 응원하는 교사들의 모습과 차량 안에서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자녀의 뒷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는 부모들의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자녀를 시험장으로 들여보내고 한참을 교문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부모의 모습은 여전했다.
◇차분한 응원, 간절한 마음은 여전=이날 오전 6시 30분께 제26지구 10시험장인 광주시 서구 화정동 광덕고, 제26지구 37시험장 북구 용봉동 경신여고, 제26지구 32시험장 남구 양림동 수피아여고 등 시험장의 교문 일대에는 교사들로 붐볐다. 이들은 일찍부터 추위에 손을 비벼가며 제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둘씩 수험생들이 찾아오자 교사들은 추위조차 잊은 듯 얼굴이 환해졌다. 수험생들은 “쌤(선생님), 춥지 않으시냐”며 교사에게 핫팩을 건내기도 했다. 교사들은 “너희들 걱정에 추운 것도 못 느꼈다. 시험 잘 보자”며 제자의 어깨를 토닥였다. 교사가 “긴장하지 않은 것 같다”며 수험생의 손을 잡아주자 수험생은 “속으로는 떨려 죽겠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광덕고에서 만난 석산고 임상용(36), 장성수(38) 교사는 “제자들이 결전을 치르러 가는 것을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며 “실수하지 않고 배웠던 대로 시험을 잘 치러야 할텐데 괜히 우리들이 더 마음 졸인다”고 했다.
수피아여고에서 제자들을 응원한 조대여고 교사 서지현(여·48)씨도 “수능에서 제자들의 희비가 갈리겠지만 아이들이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호고 문세현(19)군의 어머니 김은경(여·49)씨는 광덕고 교문 너머로 자녀를 보낸 뒤에도 한참동안을 자리를 뜨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였다. 김씨는 “아이들 수능이 올해로 두 번째인데, 둘째 아들이 1년 동안 애면글면 공부 열심히 했다. 첫째 때보다 더 떨린다. 아들이 수능 잘 치러서 역사와 관련된 학과로 진학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신여고에 딸을 바래다 준 김용훈(51)씨도 “아이를 데려다 줄 때는 몰랐는데 교문 앞에서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니까 눈물이 난다. 만감이 교차해서 시험장으로 가는 아이 뒷 모습을 계속 보고 있었다”고 울먹였다.
◇‘수능대박’ 응원 방법도 가지가지=수피아여고에서는 자신만의 ‘부적’과 함께 등교한 수험생이 눈길을 끌었다.
한 수험생이 부모님의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조수석 창문으로 하얀 강아지(말티즈) 얼굴이 ‘쏙’ 빠져나온 것이다. 수험생 이주현(19)양은 수 차례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잘 보고 올게” 각오를 다진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험장으로 향했다.
이양의 어머니 김혜연(48)씨는 “우리 집 강아지 ‘뽀삐’는 딸에게 행운의 부적이다. 딸이 공부를 하다가 지치거나 환기가 필요할 때면 뽀삐와 같이 산책하거나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곤 했었다”며 “딸이 뽀삐가 전해주는 에너지를 전달받아 시험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직장동료를 응원하기 위해 특별한 선물을 들고 온 직장인도 있었다. 광주시 남구에서 영어강사를 하고 있는 박지현(여·26)씨는 수능에 도전한 직장동료에게 고급 초콜릿 한아름을 전달했다.
박씨는 “5년동안 함께 일한 직장동료가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수능에 도전한다”며 “직장과 공부를 병행하며 1년 내내 고생한 만큼 성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도 펼쳐진 ‘수험생 수송 작전’=올해도 시험장을 잘못 찾아가거나 지각위기에 놓여 발을 동동 구른 수험생들의 모습은 여전했다.
광주·전남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광주 13명, 전남 119명의 수험생에게 특별 수송, 수험표 전달 등 도움을 줬다.
광주시 동구 소태역 일대에서 수십분째 택시를 잡지 못한 수험생은 순찰차를 타고 북구의 시험장까지 이동했다. 한 수험생은 입실 마감시간 5분여를 앞두고 교통체증에 발목을 잡혔다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 순찰차를 타고 가까스로 입실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한 경찰관은 남구의 한 시험장 일대에서 바닥에 떨어진 수험표를 주웠다며 시험장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화순군에서는 수험생 112명이 탑승한 수송버스 3대가 시험장까지 잘 도착할 수 있도록 경찰 에스코트를 받았다. 신안군에서는 수험생 탑승차량이 고장나는 사태가 발생해 순찰차를 타고 무안군에 있는 시험장까지 50여㎞를 달리기도 했다.
한 수험생은 시험장을 착각해 무안군 남악고를 찾아갔다가 순찰차를 타고 8.4㎞ 떨어진 목포시 마리아회고까지 달려 가까스로 제 시간에 입실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16일 광주·전남지역 고사장 주변에서는 수험생이 교사들과 후배들의 열띤 응원을 받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마지막 순간까지 차분하게 제자를 응원하는 교사들의 모습과 차량 안에서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자녀의 뒷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는 부모들의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자녀를 시험장으로 들여보내고 한참을 교문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부모의 모습은 여전했다.
◇차분한 응원, 간절한 마음은 여전=이날 오전 6시 30분께 제26지구 10시험장인 광주시 서구 화정동 광덕고, 제26지구 37시험장 북구 용봉동 경신여고, 제26지구 32시험장 남구 양림동 수피아여고 등 시험장의 교문 일대에는 교사들로 붐볐다. 이들은 일찍부터 추위에 손을 비벼가며 제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둘씩 수험생들이 찾아오자 교사들은 추위조차 잊은 듯 얼굴이 환해졌다. 수험생들은 “쌤(선생님), 춥지 않으시냐”며 교사에게 핫팩을 건내기도 했다. 교사들은 “너희들 걱정에 추운 것도 못 느꼈다. 시험 잘 보자”며 제자의 어깨를 토닥였다. 교사가 “긴장하지 않은 것 같다”며 수험생의 손을 잡아주자 수험생은 “속으로는 떨려 죽겠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광덕고에서 만난 석산고 임상용(36), 장성수(38) 교사는 “제자들이 결전을 치르러 가는 것을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며 “실수하지 않고 배웠던 대로 시험을 잘 치러야 할텐데 괜히 우리들이 더 마음 졸인다”고 했다.
수피아여고에서 제자들을 응원한 조대여고 교사 서지현(여·48)씨도 “수능에서 제자들의 희비가 갈리겠지만 아이들이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호고 문세현(19)군의 어머니 김은경(여·49)씨는 광덕고 교문 너머로 자녀를 보낸 뒤에도 한참동안을 자리를 뜨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였다. 김씨는 “아이들 수능이 올해로 두 번째인데, 둘째 아들이 1년 동안 애면글면 공부 열심히 했다. 첫째 때보다 더 떨린다. 아들이 수능 잘 치러서 역사와 관련된 학과로 진학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신여고에 딸을 바래다 준 김용훈(51)씨도 “아이를 데려다 줄 때는 몰랐는데 교문 앞에서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니까 눈물이 난다. 만감이 교차해서 시험장으로 가는 아이 뒷 모습을 계속 보고 있었다”고 울먹였다.
◇‘수능대박’ 응원 방법도 가지가지=수피아여고에서는 자신만의 ‘부적’과 함께 등교한 수험생이 눈길을 끌었다.
한 수험생이 부모님의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조수석 창문으로 하얀 강아지(말티즈) 얼굴이 ‘쏙’ 빠져나온 것이다. 수험생 이주현(19)양은 수 차례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잘 보고 올게” 각오를 다진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험장으로 향했다.
이양의 어머니 김혜연(48)씨는 “우리 집 강아지 ‘뽀삐’는 딸에게 행운의 부적이다. 딸이 공부를 하다가 지치거나 환기가 필요할 때면 뽀삐와 같이 산책하거나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곤 했었다”며 “딸이 뽀삐가 전해주는 에너지를 전달받아 시험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직장동료를 응원하기 위해 특별한 선물을 들고 온 직장인도 있었다. 광주시 남구에서 영어강사를 하고 있는 박지현(여·26)씨는 수능에 도전한 직장동료에게 고급 초콜릿 한아름을 전달했다.
박씨는 “5년동안 함께 일한 직장동료가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수능에 도전한다”며 “직장과 공부를 병행하며 1년 내내 고생한 만큼 성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도 펼쳐진 ‘수험생 수송 작전’=올해도 시험장을 잘못 찾아가거나 지각위기에 놓여 발을 동동 구른 수험생들의 모습은 여전했다.
광주·전남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광주 13명, 전남 119명의 수험생에게 특별 수송, 수험표 전달 등 도움을 줬다.
광주시 동구 소태역 일대에서 수십분째 택시를 잡지 못한 수험생은 순찰차를 타고 북구의 시험장까지 이동했다. 한 수험생은 입실 마감시간 5분여를 앞두고 교통체증에 발목을 잡혔다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 순찰차를 타고 가까스로 입실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한 경찰관은 남구의 한 시험장 일대에서 바닥에 떨어진 수험표를 주웠다며 시험장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화순군에서는 수험생 112명이 탑승한 수송버스 3대가 시험장까지 잘 도착할 수 있도록 경찰 에스코트를 받았다. 신안군에서는 수험생 탑승차량이 고장나는 사태가 발생해 순찰차를 타고 무안군에 있는 시험장까지 50여㎞를 달리기도 했다.
한 수험생은 시험장을 착각해 무안군 남악고를 찾아갔다가 순찰차를 타고 8.4㎞ 떨어진 목포시 마리아회고까지 달려 가까스로 제 시간에 입실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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