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조작미숙·사고시 회피 능력 부족으로 피해 빈번
안전교육만으론 한계…농업용 중장비 면허제 등 절실
전남지역에서 본격적인 추수철(10~11월)을 맞아 농기계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인명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고령 농민들의 조작미숙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다 인명피해가 이어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0월 14일 오후 3시 40분께 80대 남성 A씨가 무안군 청계면에서 운전하던 경운기에서 추락했다. 오르막에서 갑자기 경운기가 뒤로 밀린 탓에 추락한 A씨는 경운기에 깔려 결국 숨졌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9일에는 영암군 미암면에서 경운기를 운전하던 70대 남성 B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경운기에 깔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광주에서는 지난해 10월 23일 오전 9시 40분께 서구 용두동의 한 도로에서 70대 C씨가 트랙터에 다리가 끼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사고로 C씨는 엄지발가락이 골절됐다.
같은 해 11월 2일 오전 9시께에는 북구 연제동에서 예초기 작업을 하던 70대 D씨가 작업중 돌이 튀어 허벅지를 크게 다졌다.
5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전남에서 발생한 농기계 안전사고는 총 51건에 달한다. 최근 3년(2020~2021년) 평균 68건의 농기계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는 점과 모내기(5~6월)철에 이어 수확을 하는 10~11월에 사고가 집중된다는 점에서 농기계 안전사고가 빈번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전남에서는 2020년 63건(5~6월 16건·10~11월 13건), 2021년 74건(5~6월 24건, 10~11월 10건), 2022년 67건(5~6월 24건, 10~11월 13건)의 농기계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농업 비중이 낮은 광주에서도 농기계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광주소방본부가 지난 2020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농기계 사고로 인한 환자를 이송한 건은 총 36건에 달했다.
해마다 농기계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광주·전남 지자체는 교육과 안전 장비 확충에 나서고 있다.
광주시는 농기계 임대 사업소에서 기계 대여전 사전 안내, 주의사항 고지, 예초기 안전점검, 많이쓰는 농기계(트랙터, 예초기 등) 현장기술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전남도는 한해 예산 4억원을 들여 트랙터 등하장치(반사판, 방향지시등) 설치를 4000대 한정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전남 농촌지역 고령화에 따라 단순 안전교육만으로는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20년 기준 전남 지역은 0~39세 농업인이 3만 9401명인데 비해 60~85세 농업인은 17만 4623명으로 전체 62%에 달한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7만 803명, 70대가 6만 9228명, 80대 이상이 3만 1592명으로 집계됐다.
광주지역 역시 0~39세 농업인은 7026명으로 전체 17%를 차지하지만 60~85세 이상 농업인은 1만 9000여명으로 전체 47%를 차지하고 있다.
농기계 사고 발생시 대부분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아 안전사고 발생시 신고를 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 고령 농민들이 공간 감각이 떨어져 좁은 농로에서 추락하는 경우가 많고, 사고발생시 빠르게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결국 현실적으로 농업인 스스로 주의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지만 전문가들은 농업용 중장비 면허와 기능제도 도입 등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광주농업기술센터 농기계팀 관계자는 “음주 후 농기계를 운전하지 말아야 한다. 항상 운전하기 전에 농경지 상태를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면서 “안전한 논·밭 출입로를 이용해야 하며 특히 밤 운전시 반사판을 꼭 부착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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