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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영기자

취약계층 밥상에 담긴 고단함…고물가에 더 부실해진 ‘한 끼’

by 광주일보 2023.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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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취약계층 저녁 밥상 보니
공과금 내면 남는 돈 10여만원
김치 등 세가지 반찬과 콩밥
아들 생일 케이크는 꿈도 못꿔
반찬 가짓수 안늘리고 버텨
지자체 나서 대책 마련 시급

박순애씨가 차린 저녁상.
정모씨가 차린 저녁상.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광주·전남지역 취약계층 밥상이 위협받고 있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지역 취약계층은 고물가에 외식은 꿈도 꾸지 못하고, 최근 식재료 가격이 폭등한 탓에 밥 한끼 제대로 먹기 힘든 실정이 된 것이다.

최근 광주일보 취재진이 만난 광주·전남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은 반찬 가짓수를 줄여가며 배고픈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박순애(여·78·산수동)씨의 18일 저녁 밥상은 김치 등 세 가지 반찬과 콩밥뿐이었다.

박씨는 이웃에게 선물받은 묵은지와 시장에서 5000원 주고 떨이로 사 온 파김치, 1만원짜리 미역으로 담근 냉채 등 총 1만 5000원이 안 되는 밥상으로 한 달을 버틸 계획이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점심은 친구 집에 들러 고구마로 때우고, 아침 저녁에는 집에서 김치만 놓고 때우기도 한다.

박씨는 “불과 몇달 전만 해도 방앗간에서 참기름을 8000원에 팔았는데 이젠 1만 1000원을 달라고 하고, 옛날엔 시장에서 5000원 주고 작은 포기김치를 살 수 있었는데 요즘엔 그마저도 사라졌다”며 “한 달 수급비를 모아봐야 30여만원인데, 전기·수도세 등 공과금을 내고나면 한 달 10여만원 남는다”고 푸념했다.

캄보디아 출신으로 2014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감수진(여·37·나주시)씨는 지난 15일 큰아들의 여덟 번째 생일을 맞았지만 생일상에 케이크조차 올리지 못했다.

생일상은 호박잎 나물, 오므라이스, 계란볶음밥, 멸치볶음만으로 차렸다. 호박잎은 나주재활센터에서 알게 된 지인이 나눠준 것이며, 계란·우유·콩 또한 나주보건소 ‘영양플러스’ 사업을 통해 받아왔다.

감씨는 “고기는 너무 비싸 꿈도 못 꾸고, 아들이 좋아하는 우유를 많이 주고 싶어도 몇 달 전 한 병에 5000원이었는데 6700원으로 올랐다”며 “장을 보러가서 아이들이 과일을 좋아하는데 도저히 살 수 없었다. 포도 한 상자는커녕 한 송이에 8000원, 샤인머스켓은 1만원을 넘길래 발길을 돌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은숙희(여·66·지원동)씨는 남편(68)과 둘이 먹는 저녁상에 동탯국과 김치, 양배추, 풋고추, 장류만 올렸다.

최근 양배추 가격이 2000원에서 4000원대로, 동태 가격도 3000원대에서 6000원대로 두 배씩 올라 반찬 가짓수를 줄였다는 것이다.

은씨는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일하며 한 달 70여만원 급여 받는 것이 수입의 전부인데, 생활이 빠듯해 당장 식비부터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씨는 “남편은 크게 다쳐서 일 못 하는데 의료급여만 받고 기초수급지원금도 못 받고 있다. 그나마 집은 LH전세를 얻어 살고 있어 월세가 안 나가 천만다행”이라며 “한 달 식비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계산해 본 적 없으나, 최대한 반찬 가짓수 안 늘리고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정모(64·순천시)씨도 18일 저녁식사를 어묵볶음, 콩자반, 멸치볶음, 김치만으로 해결했다.

정씨는 “16년 째 기초생활수급자로 살면서 올해처럼 힘든 때는 처음”이라고 했다. 반찬거리를 싼 가격에 구하려고 장터, 로컬푸드, 식자재마트 등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해 보기도 했으나 도무지 값싼 반찬을 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정씨는 “3000원어치 나물거리를 장에서 사서 무쳐먹기를 좋아하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크게 올라 같은 양의 나물이 1만원에 달하자 나물조차 못 먹고 있다”며 “값이 비교적 싸다는 5일장 등 지역 장터에 들러도 고기나 생선 등은 한 달에 한 번 살까 말까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이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0~2%대로 물가 상승폭이 크지 않았으나 지난해부터는 5.1%로 뛰었다. 올해 또한 8월 기준 3.4%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광주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수는 지난달 기준으로 9만 5876명을 기록했는데, 지난 2018년 7만 2757명에서 5년 새 31.7% 급증했다. 전남 또한 지난 2018년 8만 4819명이던 수급자 수가 올해 10만 6862명으로 25.9% 늘었다.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제유가 상승, 폭염·폭우 등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고물가가 이어지면 가장 먼저 피해를 받는 것은 결국 취약계층이다”며 “지자체와 복지단체가 나서 취약계층의 먹을거리를 챙기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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