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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시간에 대한 사유, 화폭에 담아”

by 광주일보 2023.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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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원: 존재와 시간’전
7일~12월 7일 광주시립미술관
초기작부터 신작 ‘생 시리즈’까지
회화 53점·아카이브 30여 점 전시

한희원 작가가 7일부터 12월 17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존재와 시간’을 주제로 전시를 연다.

“슬픔이 슬픔을 치유하고, 상처가 상처를 치유합니다. 예술가는 본질적으로 상처를 드러냄으로써 스스로 치유를 받는 사람들이죠. 아름다운 것만을 그리면 자칫 아름다운 것만 느끼게 되지요. 그러다 보면 상처는 고스란히 내면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픔을 드러내야만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역설적인 의미를 투영했어요.”

‘별들의 파편’이라는 작품 앞에서 기자는 ‘뭔가 작품에서 아련한 상처 같은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자 화가는 “별이 땅에 떨어져서 수많은 파편이 흩어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답했다.

별들의 파편은 꽃처럼 아름다웠다. 얼핏 무리지어 피어난 꽃 같기도 했다. 아니 무수히 많은 이들의 아픔과 상흔이 응결된 흔적으로도 보였다. 작가는 별들이 지닌 상처의 무게를 일일이 헤아리며 작업을 했을지 모른다.

한희원 작가. 50여 년간 자신만의 화풍을 일궈 온 광주를 대표하는 작가다. 문화예술의 보고(寶庫)인 양림동이 배출한 우리 시대의 예술가다.

한 작가가 7일부터 12월 7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5, 6전시실에서 전시회를 연다. 주제는 ‘한희원: 존재와 시간’.

개막을 하루 앞두고 전시 준비로 분주한 그를 시립미술관에서 만났다. 주제가 다소 철학적이라는 물음에 대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시간에 대한 사유를 화폭에 담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작품 ‘별들의 파편’에 “우리 인간의 존재, 오늘날 직면한 전지구적인 아픔을 은유적으로 그렸다”며 “제동장치 없이 무한 경쟁과 무분별한 개발로 치닫는 오늘의 시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진지하게 묻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초기 작품을 비롯해 사회현실, 인간 존재의 본질과 서사를 주제로 풀어낸 신작까지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작품이 출품됐다. 회화 53점과 아카이브 30여 점은 50여 년 작업을 망라한다.

“이번 전시는 모두 4개의 섹션으로 진행됩니다.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와 삶의 본질에 천착한 ‘피안의 시간’을 비롯해 우리 생에 대한 갈망과 여러 모습을 은유적으로 그린 ‘생의 노래’, 서정적인 풍경화와 자연의 심상을 담은 ‘바람의 풍경’ 그리고 5월과 민중의 문제를 다룬 초기 ‘민중의 아리랑’이 그것이지요.”

한 작가를 아는 이들은 대체로 그의 작품 궤적을 알고 있다. 화풍의 변화와 함께 작품세계도 변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예술에 대한 심미안, 예술과 사유를 두 축으로 구도자처럼 묵묵히 걸어온 날들의 기록은 한편의 서정시 내지는 서사화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구례 가는 길’

그는 전시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깊은 상처’를 꼽았다. 의외였다. 잣나무나 참나무 , 측백나무 같은 삼각형 모양의 검은 나무는 우울하면서도 ‘침잠’의 분위기를 피워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현자의 모습을 닮았다. 모진 풍상을 이겨낸 시대의 어른 같기도 했고, 지향해야 할 어떤 표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저는 하나의 나무만 그립니다. 여러 나무를 그리다보면 하나의 존재로서 그 나무가 보이지 않지요. 단순한 풍경 속에 드리워진 하나의 나무에 집중하다 보면 존재 고유의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이죠. 나무를 통해 생을 그린다고나 할까요. 오랜 기간 말없이 가혹한 고통과, 슬픔, 아픔을 견딘 나무의 생은 우리 인간의 존재를 닮았습니다.”

모든 예술 작품은 일정 부분 작가를 닮기 마련이다. 작품에는 작가의 페르소나가 투영될 수밖에 없다. 그를 볼 때면 고전적인 예술가 외에도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구도자처럼 영적인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신부나 목사의 모습이 비쳐진다. 더러는 시대의 아픈 현장에서 고뇌하고 절규하는 청춘의 느낌도 묻어난다.

초창기 조선대 재학시절이나 순천여상 교사로 재직하던 시기의 작품은 민중성에 기반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오랜만에 만나는 그의 청년기 작품들 ‘섬진강 아라리요’, ‘아리랑 연작’, ‘보성강에서’ 등은 선이 굵으면서도 섬세하고 사실적이다.

자연의 심상을 서정적이며 몽환적으로 형상화한 ‘바람의 풍경’ 섹션에서는 1990년대 이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잃어버린 마을’, ‘신작로가 있는 읍내 마을’ 등은 젊은 시절 한 작가의 쓸쓸하면서도 여린 내면 풍경을 엿볼 수 있는 그림들이다.

2019년 조지아로 떠나기 이전의 작품들은 다분히 은유적이다. ‘생의 노래’ 섹션은 ‘꽃과 새’, ‘몽유화’ 등의 작품들은 깊은 사유의 결실들이다.

“조지아를 다녀오고 나서 작품이 많이 변했습니다. 조지아의 푸른 빛, 푸른 색감은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어요. 그곳에 스스로를 ‘유폐’시키고 매일매일 방에 처박혀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썼으니까요.”

그리고 이제 작가의 작품은 점차 ‘피안의 시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존재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제 작업을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였다는 말에서 이후 펼쳐질 예술의 방향이 가늠된다.

“존재의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감정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탄생부터 죽음 사이에 드리워진 다채로운 감정들, 일테면 사랑이나 기억, 상처 등이 발현하는 감정에 집중했어요. 아마도 존재의 본질, 존재의 시간은 스스로가 느끼고 발현하는 감정과 가장 깊이 연계돼 있을테니까요.”

한편 한 작가는 조선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했으며 남구 굿모닝 양림축제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지, 별, 바람 그리고 생의 시간’전(한전아트센터)을 비롯해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저서 ‘이방인의 소묘’를 펴냈다. 광주시민대상, 원진미술상, 대동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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