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신호 무시, 일시정지 안해
동구 장동로터리서 퇴근길 참변
동료들 “누구보다 성실했는데…”
27년 동안 광주시 동구에서 활동하던 50대 환경미화원이 법규를 어기고 우회전 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덤프트럭 운전자가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동부경찰 등에 따르면 동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A(57)씨가 4일 오전 11시 20분께 동구 장동로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우회전하는 B(56)씨의 15t 덤프트럭에 치였다.
A씨는 중상을 입고 이송됐으나 병원에 도착하기 전 숨을 거뒀다.
경찰은 B씨가 보행자 신호를 무시하고 우회전하려다 A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이 덤프트럭의 블랙박스 등을 분석한 결과 B씨는 횡단보도에 초록색 보행자 신호등이 켜지는 순간부터 우회전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우회전을 계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보행자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뀐 것을 보고 자전거에 탑승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다 변을 당했다.
A씨는 동구청 소속 가로환경미화원으로 이날 새벽 6시부터 동구 충장로우체국 일대에서 환경미화 활동을 했다.
오전 일과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광주시 동구 동명동의 자기 집으로 돌아가려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직장 동료들에게 A씨는 ‘출석번호 1번’으로 통했다. 근속 년수 27년으로 동구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로환경미화원으로 활동해 온 베테랑이었다.
동구 환경미화원 중에서 최고참이었지만 동구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고 일이 까다롭다는 충장로우체국 일대 청소를 도맡았다.
동구청 가로환경미화원 반장인 최오근(56)씨는 “A씨는 반장인 나보다 더 오랫동안 근무했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해 늘 후배들의 든든한 ‘기둥’이었다”고 애통해했다.
A씨는 평소 술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으며, 늘 남에게 사소한 피해조차 주지 않던 ‘바른 생활 사나이’였다고 한다.
최씨는 “가로환경미화원 직업 특성상 업무 지역이 나뉘어져 있어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으나, 선후배, 동료들이 존경하는 선배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A씨가 최근 직장 동료들에게 올 초 아들이 군대를 제대하고 회사에 취업했다고 자랑했다”며 “‘아들이 사회에 잘 자리잡으려면 많이 도와줘야 한다. 자식에게 짐이되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입버릇 처럼 말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경찰은 B씨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및 도로교통법 위반(신호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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