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전복의 눈물
과잉 공급에 가격 45%까지 급락
일본 오염수 배출 여파 소비 위축
대출 이자도 감당 못해 ‘망연자실’
파산 신청 대기자만 200~500명
시설 헐값 판매 야반도주 소문도
완도군, 전남도와 대책마련 나서
“노화와 보길도에서 전복 양식을 하고 있는 어가들이 수협의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국 전복의 70% 이상을 생산하는 완도지역 전복 어민들의 파산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전복 가격 급락으로 근근이 버티던 어가들이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논란까지 겹쳐 소비가 위축되자 대출이자를 내지 못하는 한계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 어민들이 양식장 설비를 헐값에 넘기고 야반도주를 하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고 있다.
16일 완도군에 따르면 최근 3년(2021~2023년)새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 파산을 신청한 전복 양식 어민이 총 6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파산신청이 받아들여져 채권자인 소안수협과 금일수협에 통보된 어민이다. 이 가운데 채권 면책결정을 받은 어민은 총 26명에 그치고 있다.
재산보다 빚이 많고 더 이상 빚을 갚을 수 없을 때 법원의 심사를 거쳐 빚을 탕감해 주는 게 파산 제도다. 결국, 파산 법정을 찾는 이들은 벼랑 끝에서 버티다 포기한 시민들이다.
문제는 파산신청 대기자가 200~500여 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김양수 완도전복생산자협회 본부장은 “완도군 노화와 보길에서 현재 800여가가 전복을 키우는데 수협에서 대출 채권 관리가 안 되는 어가가 200곳 이상”이라면서 “지금도 전복 양식 가두리 어장이 속속 경매 물건으로 나오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복 어가들은 소비 위축에 따른 가격 폭락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은 보통 수협에서 5~10억원의 대출을 받아 전복을 키운다. 전복양식의 특성상 기본시설과 작업·관리선박 등을 구입하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다. 전복 어민 대다수가 수협의 대출을 받아 양식을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인건비도 건질 수 없는 가격탓에 대출이자 조차 못내는 실정이다.
지난달 말 기준, 전복 산지 가격은 큰 전복(㎏당 8마리)은 2만3217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5.5%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중간 크기 전복(㎏당 12마리)은 1만9739원으로 22.8% 하락했고 작은 전복(㎏당 20마리)은 1만5391원으로 19.5% 감소했다.
올해로 23년째 전복양식을 하고 있는 김광근 전복생산자협회 노화 지회장은 “현재 노화 실리마을 인근에서 80어가 정도가 전복양식을 하고 있지만, 올해 역대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는 전복가격 때문에 20어가들이 파산을 신청했거나 신청하기 위해 대기중”라고 귀띔했다.
완도군과 어민들은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과잉 생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으로 인한 소비 위축을 꼽고 있다.
전복양식이 호황사업으로 인식돼 전복양식 어가가 급증하면서 생산량이 폭증했다.
지난 2012년 6700t이던 전남지역 전복생산양이 2016년 1만t을 넘었고 지난해 2만 1900t이 생산됐다. 올해 5월까지 전남지역 전복생산량은 9145t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8%(지난해 8405t) 증가했다.
지난해 완도지역 기후도 우려했던 ‘홍수출하’를 불러왔다. 여름 수온이 많이 오르지 않고 태풍의 영향도 없어 최적 생산환경이 조성돼 전복 과잉생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일본의 후쿠시마오염수 방류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산물 소비가 위축돼 전복 양식어가들이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완도군 관계자는 “어민들이 과잉생산과 소비위축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극심한 어려움 겪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어민들의 고충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자체 뿐 아니라 전남도와 함께 대책마련에 나섰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완도=정은조 전남총괄취재본부장 ejhung@kwangju.co.kr
'정병호기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부금 불법 모집 동물보호단체 운영자 벌금형 (0) | 2023.08.23 |
---|---|
‘선생님이 준 사탕 먹고 배탈’ 초등생 때린 상담교사 벌금형 (0) | 2023.08.18 |
광주경찰, 2023년 광복절 운전면허 행정처분 특별감면 실시 (0) | 2023.08.15 |
여수 오동도서 급유선 기름 유출 (0) | 2023.08.08 |
동물병원 진료비 편차 큰 이유는 (0) | 2023.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