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하다 발견 ‘오싹’…분양사에 문의하니 “해줄 것 없다”
“11년째 살고 있는 집에 저주 글귀가 적혀있었다니 생각만 해도 오싹합니다.”
광주시 남구 양림동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지훈(45)씨는 13일 광주일보와 통화에서 “지난달 11일 11년째 살고 있던 아파트의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 3일째인 지난 14일 온 몸에 소름이 끼치는 경험을 했다”고 토로했다.
인테리어 업자가 안방 문틀을 떼어내자 왼쪽 나무틀에는 검은 매직으로 쓴 ‘저주 1년 1주일’, 오른쪽에는 ‘죽는다’는 글귀가 선명하게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 2008년 준공돼 미분양 상태였던 이 아파트를 지난 2012년 분양받아 살아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어 분양했다.
이씨는 최근 갑상선 암으로 투병했던 터라 저주 글귀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첫 분양 받아 거주해 왔고 처음 시공된 상태의 문틀 내부에 글귀가 적혀 있었다는 점에서다. 마치 저주 때문에 자신에게 병이 생겼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씨는 아파트 발주사이자 분양사인 LH측에 민원을 제기했다.
LH측은 “시공 과정에서 인부들이 치수 등을 적기도 한다. 그저 낙서일 뿐이고 달리 해줄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씨의 촉구로 지난달 21일 LH측 관계자가 문구를 확인하기 위해 집에 찾아왔지만 “낙서가지고 왜 그러시냐”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답답해진 이씨는 법률자문을 받았지만 시공상 문제가 있는 게 아니어서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만 “글귀 내용이 저주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심리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LH측에 도의적 보상을 요구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받았다.
이에 따라 LH측에 정신적 손해배상과 문틀 교체비용을 요청했다. 하지만, LH측은 “기념품 정도는 제공할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LH측은 “저주 글이 이씨의 암투병과 개연성도 없고 보상기준에도 명시된 바 없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LH측이 공사를 시행한 하청업체 등에 대한 지도 관리책임을 부정하고 있다”면서 “최근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LH아파트들의 철골 부실 문제도 공사 전반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광주지역 한 무속인은 이에 대해 “저주 글이 예언적 형식을 갖추고 있지 않아 주술적 효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저주를 쓴 사람의 예언력이나 효력은 알 수 없기 때문에 마음에 걸린다면 이사를 가거나 해당 문구를 떼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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