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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속에서 또 잠을 자게 되면/ 악령 하나가 나올 것이고/ 그에게 질문을 던지면 답을 들을 수 있다”(‘아무나 악령’ 중에서)
몽중몽 악령에게 답을 구할 만큼 ‘절박’하다. 유령 이야기들은 한 권 시집에 모여 ‘기담’이 됐지만 그보다 무서운 건 혼곤한 세계. 그 속에서 시인의 의연함은 온갖 불안을 뚫고 희망의 전언처럼 날아든다.
2016년 창비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한연희 시인이 ‘희귀종 눈물귀신버섯’을 문학동네시인선 199번으로 펴냈다. 첫 시집 ‘폭설이었다 그다음은(아침달)’ 이후 3년 만의 작업물.
제목에 언급한 ‘눈물귀신버섯’이 먼저 호기심을 자아낸다. ‘눈물버섯’이나 ‘그물귀신버섯’은 실존하나 눈물귀신버섯은 사전에도 없다. 게다가 버섯은 동물도 식물도 아닌 경계의 존재이기에, 핵심 소재부터 이편과 저편 사이를 방황하는 유령화된 존재를 상상하게 한다. 다만 실체만큼은 강렬한데 ‘요괴’가 ‘버스를 꾹 찍어 누른다’(‘배꼽 속 요괴’ 중에서)거나 ‘원혼’이 ‘수면 위로 머리를 내민’(‘계곡 속 원혼’ 중에서) 모습 등은 무자비한 세계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춥.다.춥.다// 누구를 기다리는 일은/ 기대를 자꾸 거는 일은/ 끝나지 않고/ 더 어깨를 구부러뜨리게 되고”(‘밀주’ 중에서)
위 시는 술을 달이는 과정과 무언가를 기대하는 일을 겹쳐보게 만든다. 시적 화자가 바라던 이는 결국 목적지에 당도했을까? 안온한 세계를 몽상하던 시인의 기다림과 그 끝은 기약 없다. 아마도 시에 담긴 ‘기대를 건다’는 말의 진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온몸에 내걸리는 갈고리를 인내해야 한다는 의미일지도. 그런 사인을 가진 유령이라면 기꺼이 될 수 있고, 세계의 공포도 더는 두렵지 않다. <문학동네·1만2천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몽중몽 악령에게 답을 구할 만큼 ‘절박’하다. 유령 이야기들은 한 권 시집에 모여 ‘기담’이 됐지만 그보다 무서운 건 혼곤한 세계. 그 속에서 시인의 의연함은 온갖 불안을 뚫고 희망의 전언처럼 날아든다.
2016년 창비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한연희 시인이 ‘희귀종 눈물귀신버섯’을 문학동네시인선 199번으로 펴냈다. 첫 시집 ‘폭설이었다 그다음은(아침달)’ 이후 3년 만의 작업물.
제목에 언급한 ‘눈물귀신버섯’이 먼저 호기심을 자아낸다. ‘눈물버섯’이나 ‘그물귀신버섯’은 실존하나 눈물귀신버섯은 사전에도 없다. 게다가 버섯은 동물도 식물도 아닌 경계의 존재이기에, 핵심 소재부터 이편과 저편 사이를 방황하는 유령화된 존재를 상상하게 한다. 다만 실체만큼은 강렬한데 ‘요괴’가 ‘버스를 꾹 찍어 누른다’(‘배꼽 속 요괴’ 중에서)거나 ‘원혼’이 ‘수면 위로 머리를 내민’(‘계곡 속 원혼’ 중에서) 모습 등은 무자비한 세계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춥.다.춥.다// 누구를 기다리는 일은/ 기대를 자꾸 거는 일은/ 끝나지 않고/ 더 어깨를 구부러뜨리게 되고”(‘밀주’ 중에서)
위 시는 술을 달이는 과정과 무언가를 기대하는 일을 겹쳐보게 만든다. 시적 화자가 바라던 이는 결국 목적지에 당도했을까? 안온한 세계를 몽상하던 시인의 기다림과 그 끝은 기약 없다. 아마도 시에 담긴 ‘기대를 건다’는 말의 진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온몸에 내걸리는 갈고리를 인내해야 한다는 의미일지도. 그런 사인을 가진 유령이라면 기꺼이 될 수 있고, 세계의 공포도 더는 두렵지 않다. <문학동네·1만2천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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