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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가족 각본 - 김지혜 지음

by 광주일보 2023.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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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제도에 숨은 차별과 불평등 추적한 ‘한국 가족 해부도’

일상 속의 혐오를 날카롭게 들여다본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우리가 당연하게 느껴왔던 것들에 의문을 갖게 했다. 10만부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된 책은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들 속에서 ‘선량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차별과 혐오의 순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에서 소수자, 인권, 차별 문제를 가르치고 연구하는 김지혜 교수의 두번 째 책 ‘가족각본’이 나왔다. 책은 가족제도에 숨은 차별과 그에서 비롯되는 불평등을 추적한 ‘한국 가족 해부도’다.

저자는 “가족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렇기에 가족 제도의 불합리함과 그로 인한 불평등은 개인의 책임이나 운으로 돌려진다”며 “사회제도이자 구조로서 가족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왜 결혼을 출산의 필수조건이라 여기며, 성별이 같은 사람은 왜 가족을 이룰 수 없고, 부와 모가 양육하지 않는 아이는 왜 ‘어쩔 수 없이’ 불행할까. 책은 가족은 한국인의 삶을 각본처럼 세세하게 규율하고 궁극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며 차별을 재생산하는 제도이자 구조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와 판례,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견고한 각본’ 같은 ‘가족’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저자는 “가족 각본은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우리는 정해진 각본대로 따르는 걸 평범한 삶이라고 여기고 질문조차 않는다. 또 버겁게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느나 가족각본이 어떻게 쓰여 있는 지 살피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성소수자의 등장은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는 ‘가족각본’에 혼란을 일으키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에, 책은 성소수자 이슈가 만들어내는 균열을 쫓아 한국의 가족 제도를 추적한다.

1장 ‘왜 며느리가 남자면 안될까’에서는 가족각본에 부여된 며느리의 역할은 무엇이고, 왜 하필 여성에게 그 역할을 안겼는지 질문한다. 2장 ‘결혼과 출산의 절대 공식’에서는 결혼을 하면 출산하는 게 당연하고, 결혼을 하지 않으면 출산해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공식을 낯설게 바라보며 동성 결혼과 비혼출산 등 ‘금기 너머’의 세상을 바라본다.

4장 ‘역할은 성별에 따라 평등하게?’에서는 아이에겐 엄마와 아빠가 있어야 한다는 익숙한 생각을 들추어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따로 정해져 있다는 현실을 발견하고 사람들이 성별로 구분되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회에서 성평등의 실현은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이어 가족 질서를 유지하는 규율로 작동한 성교육, 가족각본을 공식화하는 법제도를 살피고 마지막 7장에서는 가족각본을 넘어선 가족과 제도를 상상해 본다.

<창비·1만7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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