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재배 농가 줄어 올해 한자릿수…기후위기에 생산량도 감소
내달 18일 출하 앞두고 작황 좋지 않아 1500통 예상 ‘역대 최저’
조선시대 임금님 진상품으로 광주지역 대표 특산품인 ‘무등산수박’(일명 푸랭이)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기후위기로 인해 매년 재배농가와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자리 수로 줄어든 재배농가마저 재배를 포기하면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무등산수박이 사라질 위기인 것이다.
이에 재배농가와 전문가들은 지역 대표 특산품에 맞는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5일 광주시 북구에 따르면 1997년 34농가(재배면적 12㏊)였던 무등산수박 재배 농가가 2017년 11곳(3.1㏊)으로 준데 이어 2020년이후 한자리 수인 9곳(2.6㏊)으로 줄었다.
문제는 내년에도 1곳의 농가가 업종을 바꾼다고 알려와 무등산수박을 재배하는 농가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재배농가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기후위기에 따른 생산량 감소가 꼽히고 있다. 생산량 감소는 농가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져 재배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무등산수박 생산량은 3000통(2015년)→2800통(2016·2017년)→2700통(2018년)→2000통(2019년)→1700통(2020년)→2500통(2021년)→2000통(2000년)으로 감소세다.
올해처럼 장맛비가 계속되거나 폭염이 이어지는 등의 기후위기가 발생하면서 순재래종인 무등산수박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무등산수박 생산조합은 올해도 장마기간이 길어 역대 최저 생산량인 1500통 내외로 내다보고 있다.
다음달 18일 출하를 앞두고 있지만 올해도 무등산수박의 생육상태가 좋지 못한 탓이다.
25일 오후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북구 금곡동의 한 비닐하우스 안에는 무등산수박 400여통의 잎이 대부분 시들어 있었다. 일부 잎은 검게 변해 있었고 아래로 축 쳐져 고사한 듯 보였다.
오랫동안 햇빛을 받지 못하다가 갑작스럽게 빛에 노출되면서 온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시들고 있다는 것이 재배 농민의 설명이다.
15년 전부터 아버지와 함께 무등산수박을 재배했다는 문광배 무등골 영농법인 대표는 “많은 비로 잎이 녹아버렸고 일조량이 적어 영양분 섭취도 부족한 상태”라면서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무등산수박은 재배 조건이 유독 까다로워 그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비닐하우스 재배는 그나마 피해가 적은 편이지만 전체 농가의 20%인 노지(땅)재배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맨 땅에 심어진 수박은 극한 기후변화에 바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재배 농민들은 올해 처럼 많은 비가 내리면 노지 재배는 사실상 수확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호소하고 있다.
무등산수박 재배 농가는 1개 농가를 제외하면 모두 전업으로 삼고 있다. 연령대 역시 가장 어린 농부가 50대로, 젊은 층의 유입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기후변화 등의 요인으로 한해 농사를 망치게 되면, 경제적으로 손실이 커 품종 변경을 고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광주시와 북구, 전남대는 올해 5월 ‘무등산 수박 육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를 통해 생육에 도움이 되는 미생물을 관수로 3.3㎡(1평)당 2ℓ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영양소를 공급하는 등 농가 피해 최소화에 힘쓰고 있다.
광주시와 북구는 농가생산장려금(총 1200만원)을 지급하고 있으며 왕겨숯과 진공포장 기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농가들은 무등산수박의 재배 난이도와 변수에 맞춘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 농가당 100만원이 조금 넘게 지원되는 생산장려금만으로는 비가림 시설 조차 설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종자 개량 연구에 예산을 적극 투입해 보다 나은 생육 조건에서 무등산수박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무등산수박은 개량종 보다 병해충에 약해 손이 많이 가고, 지름 1m, 깊이 1.2m 이상을 파고 심어야 한데다 화학비료를 사용해서는 안되고 완숙한 퇴비나 유기질 비료만을 사용하는 등 재배 방법이 까다롭다.
재배농민들은 대다수가 고령인 만큼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선 종자 개량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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