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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호우 피해 해남 벼 농가·화순 복숭아 농가 가보니
전남 농경지 661㏊ 침수…3년째 냉해 복숭아농가 수해까지 ‘이중고’
“논콩 90% 이상 버려야” “빗물에 오래 잠겨 벼 뿌리 썩었을 것” 호소
“농사일 계속하기 무섭다” 아우성 속 재해 복구비 산정 기준도 불만
“45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비 때문에 이렇게 큰 피해를 입은 건 처음이에요. 키우던 복숭아의 80%가 떨어져버렸으니 이제 어쩌면 좋을까요.”
지난 22일 화순군 능주면 수동마을에서 만난 배검(65)씨는 종일 한숨만 내쉬었다.
1만1500여㎡(3500여평)에 복숭아나무 350여 그루를 재배하고 있는데, 최근 장맛비가 내리더니 복숭아 5분의 4가 낙과(落果)했기 때문이다. 배씨의 농장에는 바닥에 떨어진 복숭아들이 밭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모두 터지거나 썩어 곰팡이가 피는 등 악취를 풍겼다.
이 곳 복숭아 농가 대다수는 이번 폭우로 절반 가량의 복숭아를 잃었다. 복숭아나무 1그루 당 200개에서 400개 정도의 열매가 맺혀야 정상이지만 50개 이상 열매가 남아있는 나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배씨는 “떨어진 복숭아가 너무 많아 일일이 치울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면서 “이번 비로 최소한 5000여만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데, 앞으로 농사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무섭다”고 말했다.
최근 장마전선 영향으로 광주·전남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농경지 침수피해가 잇따라 발생해 애꿎은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월 25일부터 지난 19일까지 광주·전남에는 평균 616㎜의 비가 내렸으며,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구례의 경우 최대 1146㎜ 비가 오기도 했다.
이 비로 해남·강진·곡성·보성 등 지역에서 논·밭·과수원 등이 물에 잠기는 등 총 661㏊의 농경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22일 전남 곳곳에서 만난 농민들은 천정부지로 오른 인건비와 비룟값 때문에 농사일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데, 비 때문에 1년 농사까지 망쳤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화순군 능주면에서 26년째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이갑진(65)씨는 장맛비로 250그루의 복숭아나무에 영근 복숭아들 대부분이 떨어져 썩어버렸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씨는 “끝없이 오르는 물가와 인건비에 생활조차 힘들어 올해는 외국인 노동자조차 고용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3년 째 냉해와 장맛비로 제대로 된 농사를 짓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데, 장마 폭우까지 내려 농사를 망쳐버리다니 하늘도 무심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해남군에서는 벼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낭패를 봤다. 같은 날 찾아간 해남군 산이면 농경지는 비를 맞은 벼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으며 인근 밭은 여전히 물에 잠겨 있었다.
지난 집중호우가 남긴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잇따라 비가 내린 탓에 농민들은 또다시 비에 잠겨버린 농작물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해남군 산이면에서 25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김승호(57)씨는 16만여㎡(5만여평)의 논과 9900㎡(3000여평) 밭이 이번 장맛비로 모조리 물에 잠겼다.
김씨는 벼가 2~3일 정도 침수된 것은 큰 문제 없지만 1주일 넘게 침수가 지속되다보니 수확했을 때 팔 수 없거나 품질이 떨어질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밭에 논콩을 심자마자 비가 1주일 내내 쏟아졌다”며 “병해충 피해라도 줄여서 조금이라도 더 살길 바라는 마음에 농약을 치기는 했지만 전체 농작물의 90% 정도는 버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27년째 벼농사를 짓고 있는 정거섭(57)씨도 “9만9000여㎡(3만여평) 논에 심은 벼가 죄다 쓰러져버려 올해 쌀이 얼마나 나올지 가늠이 안 된다”며 “벼가 지금은 멀쩡해 보여도 1주일 내내 햇빛도 못받고 너무 오래 빗물에 잠겨있어서 뿌리가 다 썩었을 것이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농민들은 의지할 곳이 정부에서 제공하는 지원금이나 보험금밖에 없다면서도, 손해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갑진씨는 “정부 차원의 도움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지만 이대로라면 더 이상 농사를 이어갈 수 없을 것 같다”며 “지난해 3000만원 가량의 피해를 입었는데도 재해보험금 250만원을 받은 것이 전부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으면 공무원들이 현장을 보고 피해 규모를 조사하는데 비슷한 금전적 피해를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농가에는 재해복구비를 주고 일부 농가는 주지 않았다”며 “재해복구비 산정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지난 22일 화순군 능주면 수동마을에서 만난 배검(65)씨는 종일 한숨만 내쉬었다.
1만1500여㎡(3500여평)에 복숭아나무 350여 그루를 재배하고 있는데, 최근 장맛비가 내리더니 복숭아 5분의 4가 낙과(落果)했기 때문이다. 배씨의 농장에는 바닥에 떨어진 복숭아들이 밭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모두 터지거나 썩어 곰팡이가 피는 등 악취를 풍겼다.
이 곳 복숭아 농가 대다수는 이번 폭우로 절반 가량의 복숭아를 잃었다. 복숭아나무 1그루 당 200개에서 400개 정도의 열매가 맺혀야 정상이지만 50개 이상 열매가 남아있는 나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배씨는 “떨어진 복숭아가 너무 많아 일일이 치울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면서 “이번 비로 최소한 5000여만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데, 앞으로 농사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무섭다”고 말했다.
최근 장마전선 영향으로 광주·전남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농경지 침수피해가 잇따라 발생해 애꿎은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월 25일부터 지난 19일까지 광주·전남에는 평균 616㎜의 비가 내렸으며,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구례의 경우 최대 1146㎜ 비가 오기도 했다.
이 비로 해남·강진·곡성·보성 등 지역에서 논·밭·과수원 등이 물에 잠기는 등 총 661㏊의 농경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22일 전남 곳곳에서 만난 농민들은 천정부지로 오른 인건비와 비룟값 때문에 농사일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데, 비 때문에 1년 농사까지 망쳤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화순군 능주면에서 26년째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이갑진(65)씨는 장맛비로 250그루의 복숭아나무에 영근 복숭아들 대부분이 떨어져 썩어버렸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씨는 “끝없이 오르는 물가와 인건비에 생활조차 힘들어 올해는 외국인 노동자조차 고용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3년 째 냉해와 장맛비로 제대로 된 농사를 짓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데, 장마 폭우까지 내려 농사를 망쳐버리다니 하늘도 무심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해남군에서는 벼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낭패를 봤다. 같은 날 찾아간 해남군 산이면 농경지는 비를 맞은 벼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으며 인근 밭은 여전히 물에 잠겨 있었다.
지난 집중호우가 남긴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잇따라 비가 내린 탓에 농민들은 또다시 비에 잠겨버린 농작물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해남군 산이면에서 25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김승호(57)씨는 16만여㎡(5만여평)의 논과 9900㎡(3000여평) 밭이 이번 장맛비로 모조리 물에 잠겼다.
김씨는 벼가 2~3일 정도 침수된 것은 큰 문제 없지만 1주일 넘게 침수가 지속되다보니 수확했을 때 팔 수 없거나 품질이 떨어질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밭에 논콩을 심자마자 비가 1주일 내내 쏟아졌다”며 “병해충 피해라도 줄여서 조금이라도 더 살길 바라는 마음에 농약을 치기는 했지만 전체 농작물의 90% 정도는 버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27년째 벼농사를 짓고 있는 정거섭(57)씨도 “9만9000여㎡(3만여평) 논에 심은 벼가 죄다 쓰러져버려 올해 쌀이 얼마나 나올지 가늠이 안 된다”며 “벼가 지금은 멀쩡해 보여도 1주일 내내 햇빛도 못받고 너무 오래 빗물에 잠겨있어서 뿌리가 다 썩었을 것이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농민들은 의지할 곳이 정부에서 제공하는 지원금이나 보험금밖에 없다면서도, 손해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갑진씨는 “정부 차원의 도움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지만 이대로라면 더 이상 농사를 이어갈 수 없을 것 같다”며 “지난해 3000만원 가량의 피해를 입었는데도 재해보험금 250만원을 받은 것이 전부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으면 공무원들이 현장을 보고 피해 규모를 조사하는데 비슷한 금전적 피해를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농가에는 재해복구비를 주고 일부 농가는 주지 않았다”며 “재해복구비 산정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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