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시름 깊은 자영업자들
1만원 안넘었지만 체감도 높아…알바 시급 1만2천원에 겨우 구해
24시간 편의점·카페 등 나홀로 영업…노동계 “최저생활 보장 안돼”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가 최근 2024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2.5% 인상한 9860원으로 결정한 가운데 광주·전남 자영업자들은 “지금도 힘든데 엎친데 덮친 격”이라며 하소연을 쏟아냈다.
‘최저임금 1만원’의 문턱을 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와 연이은 고물가로 이미 한계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시급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광주·전남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를 이겨내려고 ‘나홀로 자영업’을 하며 버텼는데, 엔데믹이 와도 직원 한 명 못 뽑을 처지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나주시 빛가람동에서 3년째 직원 한 명도 없이 홀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강혁(43)씨는 “올해도 직원 고용하기는 글렀다”고 한탄했다.
이씨는 2020년까지는 주간과 야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편의점을 24시간 운영했지만, 2021년 코로나19 여파로 수입이 급감하자 결국 직원들을 모두 내보냈다. 계산대에서 잠을 청하며 무리하게 24시간 영업을 계속하던 이씨는 3개월 만에 건강에 이상이 생겼고, 24시간 편의점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씨는 “수입을 늘리려면 직원을 고용해 운영 시간을 늘려야 하지만, 직원 한 명을 뽑으려면 임금 뿐만 아니라 주휴수당, 4대 보험금 등 부가적인 지출까지 나가는 돈이 너무 많다”며 “한 푼이라도 아껴야 먹고 살 수 있는 판국에 최저임금을 더 올린 것은 업주에게는 그냥 고용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곡성군 곡성읍에서 지난해 카페를 개업한 정어진(29)씨도 올해 ‘나홀로 운영’을 결심했다.
정씨는 최근 엔데믹 덕분에 점심시간에 대기줄이 늘어설 만큼 손님이 늘자 ‘피크 타임’ 3시간 동안만 일할 직원을 고용했는데, 최저임금이 오르자 초단기 알바를 고용하는 것마저 수지타산이 안 맞게 됐다는 것이다.
정씨는 “쉬는 날 없이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혼자 카페를 운영하려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지만, 이미 커피원두, 유제품 등 원자재 값이 올라 적자가 쌓이고 있어 어쩔 수 없다”며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아껴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깃집처럼 홀·서빙·주방·설거지 등 직원이 많이 필요한 업종에서는 벌써부터 직원들의 업무 시간을 줄이고 ‘겸업’을 시키는 등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김정훈(57)씨는 “나주시 송월동에서 1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면서 인건비 지출을 계산해보면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며 “안그래도 월세보다 인건비가 많이 나가는 실정인데, 내년에 인건비가 더 오른다니 막막한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내년부터 직원을 5명에서 4명으로 줄이고, 그 중 3명은 가장 바쁜 시간대인 오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고용하는 방법으로 인건비를 아끼기로 했다. 대신 김씨는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11시 30분에 문을 닫을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하며 빈 자리를 채우겠다는 각오다.
김씨는 “힘들긴 하지만 고물가로 재룟값 등 고정지출이 늘어나고 있어 인건비라도 아껴야 한다”며 “조금 더 고생하더라도 적자는 면해야 하지 않겠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반면 최저임금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이 턱없이 낮은 탓에 이미 올해 초부터 ‘최저시급 1만원’을 주지 않으면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광주시 남구 봉선동에서 4년째 옷가게를 하는 이시영(여·38)씨는 최근 매장 직원 한 명을 채용하려다 구인이 안 돼 한 달 동안 진땀을 뺐다. 최저임금으로는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웃돈에 웃돈을 얹은 끝에 결국 시급 1만 2000원에 직원 한 명을 겨우 채용했다.
이씨는 “고물가 때문인지 최저임금에 맞춰 일을 하려는 직원을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며 “지금도 이런데 임금 인상이 결정된 내년은 직원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한편 노동계는 자영업자와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고물가 시대에 최저임금 9860원으로는 노동자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으며, 최소 1만원 이상으로 올라야 생존권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박성진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부본부장은 “최저임금은 노동자가 살아가는데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회사가 지급해야 할 금액인데 언제부턴가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임금이 됐다”며 “물가인상률, 경제성장률을 고려해 노동자가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매년 같은 양상으로 반복되는 최저임금 논의는 사회적·경제적 손실이다”며 “정부가 구체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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