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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영기자

광주·전남 교사들, 학부모 갑질에 멍든다

by 광주일보 2023.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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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스트레스에 우울증·시달림 끝 타지역 전출…보호받지 못한 교권
광주·전남 상담·심리치료 3년간 3000건…서울 극단 선택 남의 일 아냐
입소문 날까 교권보호위도 꺼려…교육계 “피해 현황 파악, 대책 세워야”

한 초등학생이 20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 18일 한 담임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연합뉴스

# 나주에서 중학교 교사로 근무중인 이모(여·45)씨는 최근 학부모 민원으로 스트레스가 쌓인 끝에 최근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다. 평일·주말 할 것 없이 학부모 항의 전화를 받는 것은 일상이 됐고, 수업 도중에 학부모가 교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담임 교사 나오라”는 망신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자기 아이에 대한 부족함 없는 케어를 바라면서도 학생에게 싫은소리 한 번 못하게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 지난해 광주시 광산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이모(여·30대)씨는 1년 내내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끝에 결국 올해 경기도로 전출했다. 이씨가 가르치는 학생 한 명이 부모에게 “선생님에게 맞았다”고 거짓말을 하자, 학부모가 이씨를 아동학대로 고소하겠다며 수차례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이씨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으면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교사 직업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었다”며 “광주에서 근무를 계속하면 그 학부모와 마찰이 끊이지 않을까봐 먼 타향으로 옮기게 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 광주·전남 교육계에서도 ‘학부모 갑질’로 인한 교권 추락을 막아야 한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교사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으로 업무 스트레스를 받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설이 교육계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에서 확산하면서다.

광주·전남에서 교권 추락이 이슈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를 당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이 교사는 학생들 간 싸움을 제지하다 교실 책상을 넘어뜨리고, ‘잘못한 게 없다’고 쓴 학생의 반성문을 찢었다는 이유로 학부모에게 고소당했다. 이 교사는 지난 4월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학부모가 지난 5월 31일 검찰에 항고를 제기해 재수사에 돌입한 상태다. 이 때 전국의 교사 등이 검찰 앞으로 “선생님은 잘못이 없다”며 탄원서 1800여장을 보내면서 교권 추락에 대한 논의가 확산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5월 발표한 ‘2022년도 교권보호 및 교직상담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 12건, 전남 8건 등 광주·전남에서 총 20건의 교권침해 상담이 이뤄졌는데, 이 중 75%인 15건(광주 8건·전남 7건)이 학부모에 의한 피해 사례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각 시·도 교육청에 접수된 교권 피해 신고도 증가세다. 광주시교육청은 2020년 35건, 2021년 67건, 2022년 97건 등 최근 3년간 199건의 교권 피해 신고를 접수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교육청에서 교권 침해와 관련해 교사가 상담 및 심리치료를 받은 건수는 2020년 626건, 2021년 1032건, 2022년 1223건 등 최근 3년간 2881건에 달했다. 접수된 피해 사례의 14배를 넘는 상담·치료가 이뤄진 것이다.

같은 기간 전남에서는 2020년 60건, 2021년 97건, 2022년 109건 등 총 266건의 교권 피해 사례가 접수됐으며, 상담 및 치료 건수는 2020년 43건, 2021년 61건, 2022년 66건 등 총 170건으로 집계됐다.

각 시·도교육청은 교권 침해 피해에 대비해 ‘교원치유지원센터’를 세우고 전화상담, 법률 지원, 정신과 치료 지원, 치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으나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권 침해 피해를 입증하려면 먼저 학교에서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 일선 교사들은 ‘학생·학부모와 갈등을 빚는 교사’로 입소문이 날까 두려워 교권보호위 개최를 꺼린다는 것이다. 또 교장·교감은 승진 점수가 깎이거나 최우수 학교에 뽑히기 위한 관리점수가 떨어질까 우려에 사안을 덮어버리려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교권 추락을 막고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청 차원에서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현실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교사노조는 20일 입장문을 내고 “학교마다 한두 건씩 학부모나 학생의 고질적인 민원으로 시달리는 교원들이 있다”며 “교원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학교장조차 원칙없이 ‘을’의 입장을 자처하고 있어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삼원 광주교사노조 집행위원장은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더라도 학부모들은 자녀 보호 차원에서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기 일쑤고, 교사들은 소송전에 휘말리기 싫어 교권 침해를 참고 견디고 있다”며 “교육감과 교육청은 교원의 권리를 위해 장·단기 대책을 신속하게 내놓고 정책적·제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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