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 책임자 수사 촉구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도 요구
폭염주의보가 이어진 10일 오전 11시30분 광주시 북구 중흥동 건설회사 앞에서 만삭의 임신부가 1인 시위에 나섰다.
임신부는 지난달 11일 광주시 남구 봉선동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화물용 리프트에 깔려 숨진 故 마채진(58)씨의 장녀 혜운(31)씨다.
혜운씨는 다음달 출산을 앞두고 32도가 넘는 더운 날씨에도 검은색 옷을 입고 동생 혜진(여·27)씨와 부친이 사고를 당한 건설회사 앞에서 책임감 있게 수사에 임할 것을 요구했다.
동생도 부친이 숨진 지 한달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상복을 벗지 않고 있었다.
이들은 “아버지 사망 원인에 대한 책임자를 밝혀 내기 전에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며 시위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혜진씨는 “아빠는 참 순한 사람이었다”면서 “사고 당일 새벽 5시 30분에 집을 나서면서도 가족들이 깰까 조심스럽게 나갔고, 힘들거나 다쳤을 때도 티내지 않던 아버지 사망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밝혀야겠다”고 울먹였다.
두 딸은 집에서도 아버지를 ‘아빠’가 아닌 ‘채진씨’로 부를 만큼 살가웠다고 회상했다.
특히 다음달 출산을 앞둔 혜운씨는 “결혼한 뒤 분가해 살던 중 오랜만에 모두 모여 저녁을 해먹기 위해 엄마랑 시장을 찾았다가 아빠의 사고 소식을 전화로 접했다”며 “외손주를 본다며 들떠있던 아빠 생각에 원통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2인1조 근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아버지는 사고 이후로도 2시간 동안 방치돼야 했다”며 “만약 공사현장의 원칙이 지켜져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아버지는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현장 안전관리자 입건까지 마친 상태에서 노동청 조사는 진행 상황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며 빠른 수사를 촉구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유족들은 14일까지 매일 두 차례씩 건설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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