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염소 가격 2년새 60% 급등…양탕 1인분 2만원 “비싸서 못 먹어”
오리 한마리 2만6천원 1년새 70% 껑충…삼계탕 1인분 1만8천원
“이제 날이 더워지면서 ‘보양식’ 생각이 나는데, 워낙 비싸니 사서 먹기가 부담스럽네요. 올 여름 복달임도 못하고 넘어가게 생겼습니다.”
김동수(64·광주시 서구 치평동)씨는 평소 체력이 떨어지거나 입맛이 좋지 않을 때 ‘양탕’이라고 불리는 흑염소 요리를 즐긴다. 김씨는 여름이 다가오면서 평소보다 자주 생각이 나지만 최근 들어 흑염소 요리 전문점을 찾는 빈도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했다.
김씨는 “집 근처 양탕 전문점 1인분 가격이 2만원에 달한다. 1년 전만 해도 1만5000원 수준이었는데, 가격이 갑작스레 너무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양탕 대신 보양식을 대체할만한 삼계탕도 요즘 1만8000원 수준이다”며 “퇴직자가 한 끼 2만원 넘게 주고 밥을 사먹기는 힘든 일”이라고 푸념했다.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들어 날씨가 무더워지자 보양식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물가상승과 원재료 가격 인상 등으로 서민들이 즐겨 찾는 보양식 가격이 그야말로 천정부지 치솟으면서 “비싸서 못 사먹겠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개고기’를 먹는 보신탕 문화가 빠르게 자취를 감추면서 당장 흑염소 가격이 60% 이상 오르는 등 연일 흑염소 ‘몸값’이 치솟고 있다.
14일 한국흑염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거세)당 1만3000원이었던 흑염소 고기 가격은 최근 2만1000원으로 무려 66%나 급등한 것으로 파악됐다.
흑염소 사육두수는 줄어든 반면 사료비 등 농업경영비가 증가한 데다, 흑염소가 개를 재료로 하는 보신탕의 대체식품으로 떠오르면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흑염소 사육두수는 지난 2021년 55만1317마리에서 지난해 52만9957마리로 2만1360(3.8%) 줄었다.
흑염소를 대체할 수 있는 보양식 재료로 꼽히는 오리와 닭의 가격도 만만치 않다.
이날 광주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박혜원(여·58)씨도 최근 급격하게 오른 물가를 실감한다고 했다. 그는 며칠 전 오리탕을 직접 만들어 먹기 위해 식재료를 구입하러 집 앞 슈퍼마켓을 들렀다가 오리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얘기를 꺼냈다.
박씨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1만5000원 수준이던 오리 한 마리가 지금은 2만6000원 정도에 달한다”며 “외식물가가 크게 올라 부담이 큰 탓에 일부러 해 먹으려고 했는데, 오리값이 너무 비싸 올 여름 몸보신도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오리 가격도 폭등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날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5월 4800원 수준이었던 오리 도매가격은 올해 7937원으로 무려 70% 가까이 증가했다.
오리가격이 급격히 오른 것은 조류인플루엔자(AI)와 겨울철 오리농가 사육 제한으로 오리 사육두수가 줄어든 탓에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닭 평균 소매가격은 6556원으로 전년 대비 12%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소맥과 옥수수, 콩깻묵 등 사료 가격이 치솟고, 지난 겨울부터 AI로 인해 병아리 원가가 오른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닭고기 가격이 오르면서 여름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 역시 비싸졌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을 보면 지난 5월 기준 광주지역 삼계탕 가격은 1만6400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1만4800원보다 11%(1600원)나 올랐다. 당장, 광주 도심 삼계탕 전문점의 삼계탕 한 그릇 가격은 1만8000원 수준으로 2만원에 육박한다.
이밖에 복날 즐겨 먹는 옻닭과 백숙도 6~7만원을 웃돌아 올 여름 서민들의 복달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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