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우유업계 원윳값 협상 시작
5월 9.1% 상승 ‘9년래 최대’
커피·빵값 인상 불가피할 듯
우윳값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소비자가 느끼는 우유 물가는 지난 9년 새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원유(原乳)가격 인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우유가 빵과 커피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되는 원재료라는 점에서 가격 인상에 따른 연쇄효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지난 9일 소위원회를 열고 올해 원유 가격 협상을 시작했다.
각 유업체는 원유 가격을 개별적으로 정할 수 있지만, 관행적으로 낙농진흥회가 결정한 원유 기본 가격을 준용해 왔다.
최근 사료 가격 인상 등으로 낙농가의 생산비가 증가한 만큼 원유 가격 인상은 기정사실이 됐다. 생산비는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생산비가 상승하면 원유 가격도 따라 오른다.
실제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생산비는 ℓ당 958.71원으로 전년 대비 115.76원(13.7%) 올랐고, 우유생산비 증가액 중 70.1%는 사료비 증가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해 젖소용 배합사료 평균 가격은 ㎏당 645원으로 전년보다 22.9% 상승했다.
생산비는 올랐지만 원유 생산량은 감소하면서 젖소 마리당 순수익은 지난해 152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37.2% 감소했다.
낙농가의 수익이 줄면서 낙농가 부채액은 지난해 1곳당 5억1262만원으로, 2020년과 비교해 20.8% 늘었다.
이에 따라 문을 닫은 낙농가도 증가했다. 낙농진흥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낙농가 수는 4600곳으로 전년 대비 133곳(4.0%) 감소했고, 최근 2년간 문을 닫은 낙농가도 30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윳값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이미 소비자들이 접하는 우유 물가는 9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물가동향 자료에서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 중 우유 물가는 116.59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1% 상승했다. 이는 11.4%을 기록한 지난 2014년 8월 이후 8년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3.3%였던 것을 감안하면 우유 물가 상승폭은 평균보다 2.7배 높았다.
우윳값 인상 예고에 벌써부터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도 있다.
당장, 비싼 가격에 우유를 사들여야 하는 일반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은 물론, 이로 인한 연쇄 가격인상 우려가 상당하다.
특히 아이스크림, 빵 등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밀크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원유 기본 가격이 ℓ당 49원 인상되자 우유회사들은 흰 우유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린 바 있다.
또 지난해 원유 가격 인상 결정 이후 아이스크림 가격도 10∼20%대로 인상됐다.
카페 등에서도 우유를 사용한 제품 가격이 흔들릴 수 있다.
마시는 우유 가격이 L당 180원 올랐을 때 카페라떼 가격 인상 요인은 1잔에 53∼56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광주시 서구 쌍촌동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오모(34)씨는 “우윳값이 오르면 메뉴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손님들 눈치를 보다 보면 가격 인상이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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