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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기자

우리동네 미술관 <1> 함평군립미술관

by 광주일보 2023.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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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엑스포공원과 이웃 ‘축제장 옆 미술관’
2011년 개관…기획전, 연계프로그램 진행
대표작 120여점 기증 안동숙 전시실 인기
7월 2일까지 ‘풍경과 감정이입’전
나비축제 기간 하루 평균 2000여명 다녀가

올해로 개관 12주년을 맞은 함평군립미술관은 나비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한해 평균 8만 여 명이 다녀간다. 1층 미술관 로비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이 한폭의 그림같다.

흔히 미술관 하면 화려한 외관을 뽐내는 도시의 건축물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얼마 전 부터 시·군 단위의 ‘목좋은 곳’이나 폐교 등을 활용한 작은 미술관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역의 특산물을 내건 축제와 미술관을 연계한 문화관광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시골미술관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미술관은 굳이 대도시에 가지 않더라도 지역민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선사하는 역할을 한다. 근래 수준높은 기획전과 다양한 콘텐츠로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은 ‘작지만 강한 미술관’을 소개해본다.

함평나비엑스포공원내 자리한 함평군립미술관(관장·이태우, 이하 함평미술관)은 ‘축제장 옆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다른 지역과 달리 함평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나비엑스포공원과 이웃해 있는 ‘특혜’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의 존재를 모르던 관광객들도 나비축제를 통해 미술관을 방문하게 되면서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올해 15만 명이 다녀간 나비축제 기간동안 하루 평균 2000여 명이 다녀가는 성황을 이뤘다. 연간 함평미술관의 방문객 8만 여 명 가운데 봄 나비축제와 가을 국화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만 4만 여 명이 방문한 점을 감안하면 나비축제의 시너지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함평미술관은 나비축제의 관광객을 겨냥한 전시를 기획하는 데 공을 들인다. 지난 4월28일 개막해 오는 7월2일까지 열리는 ‘풍경과 감정이입’은 함평의 사계, 나아가 전남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작품들을 전시한다. 풍경을 주제로 작업하는 전남 출신 청년작가 박동근, 노은영, 박인선, 윤준영 4명이 그려낸 ‘4인4색’의 독특한 풍경화가 인상적이다.

삶의 터전인 목포의 풍경을 즐겨 다루는 박동근 작가는 한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유화 풍경화를 선보인다. 목포의 유달산, 영암 월출산의 기암괴석이 드러나는 ‘거친’ 화폭은 흥미롭다. 윤준영이 그려낸 화면은 풍경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익숙한 소재인 나무, 숲, 건물, 담장, 파도 등을 모티브로 삼고 있지만 먹과 한지, 콩테 등으로 표현한 세상은 ‘블랙 풍경’으로 변신한다.

이번 전시회에 4m가 넘는 대작을 출품한 노은영 작가는 화순 물염 적벽을 배경으로 인간에 의해 파괴돤 ‘조작된 낙원’을 다루고 있다. 박인선 작가는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파괴된 삶의 터전, 사회 구성원들의 기억 등을 되돌아 보는 ‘도시의 풍경’을 통해 자연과 생명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함평군립미술관이 올해 나비축제와 연계해 기획한 ‘풍경과 감정이입’전.

함평미술관은 ‘볼거리’가 많은 공간이다.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층고 높은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정원 풍경이 한폭의 그림 같다. 공원 안에 자리한 덕분에 각양각색의 꽃과 소나무, 그리고 사계절의 변화를 연중 즐길 수 있다.

지난 2011년 11월 문을 연 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총면적 3854㎡로 기획전시실 2개, 상설전시실 1개, 강당, 교육시설, 수장고를 갖추고 있다. 매년 4~5회의 기획전과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기획전과 연계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미술관의 색깔을 엿볼 수 있는 소장품은 약 500점. 함평 출신인 오당 안동숙 화백의 작품 170점, 인송 이태길 작가의 작품 51점, 백열 김영태 작가의 48점을 비롯해 컬렉터인 안종일씨가 기증한 135점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함평미술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은 안동숙(1922~2016, 전 서울대 미대 교수) 전시실이다. 전통 채색화의 거장 이당 김은호 화백에게 그림을 배운 그는 채색 물감을 사용한 추상화를 통해 한국화의 재료와 표현방식을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 화백은 지난 2012년 자신의 대표작 120점과 함께 작품의 소재로 그렸던 소나무 26주, 잣나무 3주 등 수목 36주, 항아리, 맷돌, 조경석 등을 기증했다.

함평미술관이 군립미술관으로 정체성을 갖춘 데에는 지난해 취임한 이태우 관장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전남도립미술관 학예실장을 거친 이 관장은 미술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소장품을 기반으로 ‘전남미술의 재발견’(2022년), 기획전으로 ‘FANTASIA_가상과 현실’전(2023년) 등 굵직한 전시회를 잇따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이태우 관장은 “예전에는 나비축제 전시관과 체험 콘텐츠를 둘러 본 후 곧장 행사장을 떠나는 관광객들이 많았지만 근래에는 함평미술관에도 들러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면서 “방문객 가운데에는 축제를 계기로 미술관에 처음 오는 경우도 있어 예술과 친해지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함평=박진현 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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