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시즌, 16일 감동의 첫 공연…21일까지 빛고을시민문화관
청소년 등 젊은세대 관람 눈길…우리 모두의 역사이자 유산
19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전남도청 진압이 임박한 시간. 도청을 사수하기 위한 시민군들의 투쟁과 결의를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여성의 울먹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애절하면서도 아프다. 죽음을 예감한 시민군들의 모습은 비장하다. 그러나 처연함을 못내 떨칠 수는 없다.
뮤지컬 ‘광주’를 보며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의 대가를 생각했다. 대가라는 말은 너무 가볍다. 피값이라 해야 옳을 것 같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고전전인 명제가 뼈저리게 다가온다.
‘피’와 ‘총’의 대결. 그러나 의로운 생명의 피는 결국 무도한 권력을 이긴다. 세상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으며 그 역사의 ‘최일선’에 5·18광주민중항쟁이 자리한다.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뮤지컬 ‘광주’의 첫 공연이 16일 밤 성황리에 펼쳐졌다.
‘5월의 광주’를, 민주주의의 상징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모티브로 풀어낸 작품은 왜 ‘아시아의 레미제라블’이라는 찬사가 뒤따르는지를 보여주었다.
공연이 펼쳐진 빛고을시민문화관 2, 3층 공연장은 만석을 이룰 만큼 빈 자리 하나 없이 빽빽이 들어찼다. 특히 초등학생과 중고생, 대학생 등 청소년과 젊은층이 대거 공연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자연스럽게 광주의 5·18이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역사이자 유산임을 명징하게 증명했다.
작품은 음악과 서사, 출연진들 연기가 잘 어우러진 하나의 앙상블을 보고 듣는 느낌이었다. 허구와 실재가 절묘하게 교직돼 사실감을 높이면서도 상상력의 여지를 주었던 것.
이번 시즌에는 역대 배우들이 출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윤이건 역에 초연 무대에 섰던 김찬호, 야학교사인 문수경 역에 효은과 최지혜가 이름을 올렸으며 특무대장으로 편의대원을 지휘했던 허인구 역에 박시원 등이 합류해 열연을 했다.
작품은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소시민들의 투쟁을 그렸다. 영웅의 서사가 아닌 다수의 시민들을 부각시켜 각각의 배역에 나름의 서사를 부여했다. ‘광주’가 지리적인, 공간적인 부분에 한정되지 않고 민주주의를 위해 피흘리고 있는 지구촌의 많은 도시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이유다.
특히 서사의 갈등구도가 선명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이분법적이지 않다. 계엄군과 맞서 싸우는 야학교사 윤이건과 505부대 편의대원 박한수의 갈등과 인간적인 연민 , 최후의 항전까지 광주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황사음악사 주인 정화인의 모습 등은 적잖은 생각거리를 준다.
시대가 만든 비극이지만 결코 그 시대만을 탓하지 않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려는 젊은이들 모습은 오늘의 기성세대가 잊고 있던 ‘진실을 향한 처절한 몸부림’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감명 깊다.
특히 시위와 야학을 병행하는 야학교사 문수경과 시민들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천주교 사제, 풍류를 알며 인간에 대한 통찰을 지닌 거리 천사 등은 불의한 시대, 폭압의 시대에 진정한 영웅은 어떤 사람들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의 마지막에 새겨진 말은 오래도록 여운을 준다. “진실을 진실로 알고 진실되게 행하는 자, 진실 속에 영원히 머문다.” 뮤지컬 ‘광주’의 지향점은 바로 진실이라는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뮤지컬 ‘광주’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문화재단의 ‘2019 임을 위한 행진곡’ 대중화·세계화 사업 일환으로 기획됐다. 지난 2020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초연무대를 펼쳤으며 이후 2021년 LG아트센터에서 재연 무대를 선보이며 ‘아시아의 레미제라블’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남은 공연은 오는 21일까지(목 오후 2시, 금 오후 7시 30분, 토·일 오후 2시, 오후 6시) 빛고을시민문화관. 문의 광주문화재단, 쇼온컴퍼니.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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