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의 날 맞아 ‘입양 엄마’ 3인이 말하는 입양의 의미
가족 되기까지 복잡한 절차 속 아이에게 ‘든든한 기회’ 주는 것
광주 등 입양 감소세…인식개선 홍보 유튜브 영상 제작 등 노력
“입양에 대한 편견을 버려주세요, 입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일입니다.”
제18회 입양의 날(5월 11일)을 맞아 광주지역 ‘입양 엄마’들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입양에 대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0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지역에 입양된 아이는 6명에 그쳤다. 2018년 25명에 달하던 광주 입양아동은 23명(2019년)→18명(2020년)→7명(2021년)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2019년 704명에서 2021년 415명으로 크게 줄었다.
광주지역 입양 맘인 이인순(51), 고재숙(57), 김미경(52)씨는 ‘“입양’은 혈연(血緣)으로 맺은 인연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엄마로서 자식으로서 살아가는 또 다른 관계다”고 말했다.
이인순씨는 지난 2014년 입양을 진지하게 고려하게 됐다. 결혼 14년 차가 됐지만 불임판정으로 자녀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남편과 많은 이야기 끝에 결국 입양을 결정했고, 생후 2주만에 위탁가정으로 보내져 당시 100일이 갓 넘은 아이를 입양하기로 했다. 이 아이는 지난 2015년 1월 29일 가정법원의 판결과 동시에 이씨의 가족이 됐다.
이씨는 “위탁부모가 자신의 품에 아이를 안겨주던 순간 잠결에 씩 웃던 아이의 미소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웃었다.
입양 사실을 숨기고 싶지 않았던 이씨는 아이가 7살이 되던 해 자연스럽게 알렸다. 일명 ‘공개 입양’을 한 것이다. 숙제 같았던 일이었지만 아이가 의연하게 받아들여 이씨는 “너무나 감사하다”고 웃어보였다.
아이는 어느새 초등학교 3학년이 됐다. 이씨는 “입양을 했든, 낳아서 키웠든 아이는 그저 아이일 뿐이고 아이가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행복이다”면서 “ 입양 가정도 그저 평범한 가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슬하에 스물아홉, 서른살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고재숙씨도 입양맘이다. 고씨에게는 초등학교 6학년생 딸이 하나 있다. 고씨는 지난 2011년, 첫인상이 ‘땅콩’ 같았던 78일 된 여자아이를 입양했다. 평소 입양에 관심이 있었던 고씨는 아들이 중학생이 되던 해 입양을 결심하고 절차를 밟았다.
추천을 받을 당시 3명의 아이를 보기로 했지만 첫번째 아이를 마주하자마자 고민없이 가족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고씨의 설명이다.
고씨는 본인이 특별한 사람이라 입양을 한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입양 가족은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씨는 “저출산 시대를 맞아 출산을 강조만 할 것이 아니라 이미 세상의 빛을 본 아이들에게 입양이라는 기회를 주고 행복한 삶을 꾸려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입양을 위해서는 사회복지법인 대한사회복지회 광주사무소와 광주시 지정기관인 영아일시보호소 등 2곳 중 한곳을 거쳐야 한다.
2012년 8월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입양 절차도 복잡해졌다. 입양을 위해선 상담부터 대한사회복지회 광주사무소의 가정방문, 부모교육 이수, 20여개의 서류 준비와 가정법원의 판결까지 거쳐야 한다.
김미경씨도 이 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 입양 결심 이후 꼬박 1년을 걸려 지금의 아이를 만났다. 2017년에 만난 아이는 현재 초등학교 1학년이다.
40대 초 늦은나이에 결혼한 김씨는 한번의 유산의 아픔을 겪고 양육에 대한 간절함으로 입양을 선택했다. 처음엔 ‘잘 키울 수 있을까’,‘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염려가 컸지만 이젠 “키워보면 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입양은 혈연이 아니라서, 외적인 모습이 닮지 않아서 편견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키워보면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며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삶의 방식은 물론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고 웃어보였다.
아이가 그저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라서 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 하길 바라는 것은 이들 모두의 소원이다.
이들은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의 ‘기초부모미디어교육’을 계기로 만나 입양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공동으로 행동에 나섰다. ‘엄마제작단’이라는 영상제작동아리를 만들고 입양 인식개선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홍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지난 9일 직접 제작한 첫 영상 ‘입양엄마들의 입양편견깨뜨리기’는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YCGuPZ6P5Ao&feature=youtu.be)에서 볼 수 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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