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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기자

“1년간 중개실적 한 건도 없다” 셔터 내리는 복덕방

by 광주일보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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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침체에 거래 ‘뚝’…인건비는커녕 임대료도 못내
광주·전남 지난해 9~올 2월 376명 휴·폐업…신규 개업 271명

/클립아트코리아

“아파트 매매가 크게 줄었어요. 임대료는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데 버는 돈은 없었습니다. 저처럼 폐업을 고민하는 중개사들도 주변에 여럿 됩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광주·전남에서 영업을 중단하거나, 아예 폐업하는 등 문을 닫는 공인중개사사무소가 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한 달 아파트 매매 거래 3~4건만 중개해도 웬만한 직장인 월급보다 많이 벌었지만, 거래가 뚝 끊긴 지금은 본인 인건비는커녕 임대료도 내지 못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20대 후반에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열고 2년간 운영해오다가, 결국 올해 초 폐업을 하게 됐다는 A(여·31)씨는 “힘들게 공부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해 사무실을 열었지만, 최근 1년 동안 중개 실적은 사실상 전무했다”며 “월세도 내지 못해 빚만 쌓이다가 더는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 달에 4건만 해도 ‘월급쟁이’보다 나을 것 같아 뛰어들었는데, 사무실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동산 경기가 극심한 침체에 빠져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20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부동산 경기가 본격적으로 침체에 접어든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휴업 또는 폐업한 광주·전남 공인중개사는 376명(폐업 331, 휴업 45)으로 신규 개업자(271명)보다 105명이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9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신규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391명으로, 최근 6개월보다 더 많았으며 휴·폐업한 공인중개사도 282명(폐업 231명·휴업41명)이었다.

특히 광주만 놓고 봐도 신규 개업자가 더 많았던 평소와 달리 부동산 경기침체가 극심해진 9월부터는 휴·폐업을 택한 부동산 중개업소가 더 많아지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휴·폐업보다 개업이 더 많았지만, 9월에는 개업과 휴·폐업이 각각 29건으로 같아지더니 10월부터는 개업 23건에 휴·폐업 24건으로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이후 11월 개업 28건 휴·폐업 39건으로 그 격차가 더 벌어졌고, 올해 2월까지 개업보다 휴·폐업하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더 많았다.

이처럼 부동산 중개업소의 휴·폐업이 늘어난 것은 지역 내 매물이 급감하는 등 거래가 자취를 감춘 게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가장 큰 수익을 차지하는 아파트 매매 건수는 광주의 경우 2020년 5만5615건에서 2021년 3만7367건으로 32.81%(1만8245건↓)나 감소했다. 또 지난해에는 2만4141건으로 전년 대비 또 35.39%(1만3226건↓) 급감했다.

전남 역시 같은 기간 4만9166건→3만4530건(-29.76%·1만4636건)→2만9940(13.29%·4590건)으로 줄곧 감소를 면치 못했다.

광주시 남구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B씨(56)는 “최근 들어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지만 집을 사길 원하는 사람들은 ‘더 떨어지지는 않을까’하는 기대 속에 구매를 주저하는 분위기다”며 “반대로 집을 파는 사람들도 그동안 올랐던 집값을 생각하면서 현 시세에는 집을 내놓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임대차보호법이 강화된 것도 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도 주장한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면서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했는데, 임대인이 실제로 거주하기 위해 계약 갱신을 거절하지 않은 이상 임차인은 전세계약을 최대 4년 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법 개정 전만 하더라도 2년에 한번 꼴로 새롭게 전세계약을 해 중개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세입자들이 재계약을 통해 거주를 이어가면서 덩달아 전세계약 일감도 줄었다는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광주지부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침체의 가증 큰 원인은 고금리로, 기존 5~6% 수준인 주택담보대출이 3%대까지는 떨어져야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며 “최근 빌라 전세 사기 등으로 공인중개사에 대한 이미지마저 추락해 업계 분위기는 최악이다”고 말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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