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열린 ‘호남권 최저임금 토론회 ’가보니
노측 “코로나19로 어려운 저임금 노동자 삶 보장해 달라”
사측 “지역기업 여건 취약…인상 부담 커 속도 조절 필요”
“노동자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선입니다. 코로나19로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역할을 높여야한다.” 〈손종대 한국노총 전남본부 사무처장〉
“광주·전남지역 중소기업·영세사업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엄청납니다. 적절한 속도조절이 필요합니다.”〈이후형 광주상공회의소 기획조사본부장〉
노사 양측의 입장은 팽팽하게 갈렸다. 18일 오후 2시 광주시 북구 정부광주합동청사에서 열린 ‘2020년 호남권 최저임금 토론회’는 첨예하게 갈린 노사 양측의 입장 차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노동계와 사용자 대표들은 이날 2시간 40여분 동안 진행된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여부를 놓고 명확한 시각 차를 드러냈다.
이날 토론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현장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전원회의를 열고 2021년 적용될 최저임금 심의에 착수한 바 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직접 광주를 찾아 좌장을 맡아 노·사 양측 의견을 경청했다.
조선대 윤상용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최저임금 인상이 광주·전남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영세기업과 노동집약적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 임금에 대한 논의는 기업경쟁력 증대·근로자 생산성 향상·지역 경제 선순환 구조를 이끌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약층 힘들다, 최저임금 올려라”=노동계 대표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은 인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관 금속노련 광주전남지역본부 의장은 “지역 기업들의 임금협상 결과가 ‘동결’ 위주로 진행중이지만 최저임금 때문에 기업이 어렵다고 하는 점을 이해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손종대 한국노총 전남본부 사무처장은 “IMF때인 1998년에는 6.1%, 1999년은 2.7% 최저임금이 올랐다”면서 “코로나19 정부재난지원금이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활로를 열어준 것처럼 최저임금 인상은 가뜩이나 힘든 지역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긍정적 효과를 안겨다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찬호 광주시 비정규직센터 센터장도 “갈수록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저임금 인상 뿐 아니라 인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근무시간 단축, 휴게시간 악용 등 사용자들의 각종 편법을 막을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상은 치명타, 속도조절 필요”=사측 대표들도 최저인금 인상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다만, 인상 폭과 인상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이후형 광주상공회의소 기획조사본부장은 “최저 임금 인상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는 문제” 라며 “무조건적인 인상보다는 노동시장 유연성 문제 등과 연계해 보완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취약한 지역 기업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손영수 티디 글로벌 대표이사는 “광주는 스스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원청 제조업체가 거의 없다”면서 “임금 상승의 부담감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고 결국 중·장년층이 피해를 보는 만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승춘 공인노무사도 거들었다. 그는 “광주·전남 지역은 서비스업이 85%, 제조업이 15%를 차지하고 있는데, 가격 결정력이 있는 원청 기업은 없는 실정”이라며 “최저인금이 인상되면 우선 일자리 안정지원금 같은 정부 정책으로 버틸 수 있겠지만 장기간 버텨내기에는 버겁다”고 말했다. 지역 실정에 맞는 정부의 지원금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게 문 공인노무사의 제안이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 정책까지 결정할 권한은 없지만 이날 나온 의견을 빠뜨리지 않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데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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