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오프라인 접수 첫날 딱한 사연들 보니]
“힘들고 답답해서 찾았는데, 지원금 받을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무급휴직자에게 1인당 150만원씩 주는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접수를 시작한 22일, 광주시 북구 북동 광주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상담 창구는 하루 종일 북적였다.
현장 접수는 오전 9시부터 받기 시작했지만 한 시간 전부터 창구 앞을 서성이며 신청서를 준비하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광주 고용복지플러스센터는 오프라인 신청 첫날이라 많은 신청자가 몰릴 것에 대비해 10개 접수창구를 설치하고 창구 옆에 회의실을 마련, 신청서 작성 요령 교육을 진행하면서 대기열을 줄이는 데 공을 들였다. 센터측은 “신청자들이 몰릴 것을 감안, 1주일 전부터 예행 연습을 했다”고 귀뜸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부터 전용 웹사이트로 긴급 고용안정 지원금 온라인 신청을 받고 있는 상태로, 애초 다음 달 1일부터 오프라인 신청을 받기로 했다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을 감안, 접수 시기를 앞당겼다. 온라인 신청은 이미 전국적으로 80만명을 훌쩍 넘겼다.
예상대로 첫 날부터 신청자들이 꾸준히 몰리면서 이날 하루 698명이 찾았다. 이날 센터를 찾은 신청자들 대부분은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신청이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었다.
하지만 본인이 지원 대상에 맞는지, 대상 업종에 포함되는지, 연 소득을 기준으로 한 경우 어떤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지 , 사업주가 발급한 용역 계약서 만으로 신청이 가능한 지 등을 묻는 중·장년층 자영업자들도 적지 않았다.
5부제로 신청을 받는 사실을 모르고 급한 마음에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특수고용직종사자·자영업자, 무급휴직자들도 눈에 띄었다. 광산구에 위치한 광산고용센터도 오전에만 129명의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서류를 받고 대상자 여부를 확인하느라분주했다.
센터를 찾은 자영업자들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어려움을 토로했다.
오래된, 낡은 사업자등록증을 손에 쥐고 쥐고 상담 창구에 앉은 조모(여·60)씨는 “계림동 홈플러스 인근에서 뜨개질방을 운영하는데, 지난 2월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이 퍼진 뒤부터 수강생들 발길이 뚝 끊겨 죽을 맛”이라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찾았다”고 말했다.
광주시 서구 쌍촌동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한다는 김모(45)씨도 “임대료와 트레이너 강사들 월급 주기도 빠듯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의무적으로 2주 간 문을 닫았는데 ‘다중밀집시설’이라며 2주를 더 쉬도록 해 4주간 체육관 문을 닫으면서 회원들도 3분의 1수준으로 줄었고 나머지 회원들도 기간 연장·환불을 요청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42년 동안 광주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했다는 강모(65)씨는 “예전에는 아무리 많이 기다려도 30분이면 손님을 태웠는데 요즘엔 1시간 30분 넘게 기다려도 손님 보기가 어렵다”면서 “하루 3만원 벌기도 힘들다”고 했다.
IT정보화교육 강사인 이모(여·45)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한달에 15~20일 관공서 등을 돌며 강의를 했는데 2월부터 5월까지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산구 도산동에서 여성의류매장을 5년째 운영중이라는 김모(여·45)씨는 광산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아 “매출이 반토막 났다가 상생카드로 ‘반짝’ 했는데 또 그대로”라고 토로했다.
광산구 우산동에서 휴대전화 매장을 운영하는 나모(40)씨도 “하루 10팀 가량이 찾았던 매장에 2월부터는 손님 발길이 끊겨 임대료 내기도 힘들다”면서 “그나마 학교가 개학을 하면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이대로는 가게를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광주 지역 자영업자는 14만9000명, 등록되지 않은 특수고용직 종사자·프리랜서, 무급휴가직자도 1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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