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주택조합 사기 분양
피해자 총회 공동대응 모색
피해 회복 불투명 소식에 울분
“조합측 조치 늦어 피해 키워”
“신축 아파트를 조합원 가격으로 분양 받을 수 있는 기회라는 전화를 받지만 않았어도, 이런 피해를 입지 않았을텐데….”
한 자리에 모인 광주시 동구 지산주택조합 사기 분양 피해자들이 전하는 사례는 대부분 비슷했다.
“마지막 남은 프리미엄층 물량인데, 조합원 자격으로 분양을 받는 것이니 사모님(사장님)은 복 받으신 겁니다”라는 업무대행사측 말에 속았다는 것이다.
지산주택조합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27일 오후 광주시 남구 한 커피숍에 모여 ‘피해자 총회’를 열고 공동대응 방향을 모색했다. 경찰이 파악한 전체 피해자 117명 중 86명이 이날 모였다.
이날 총회는 피해 규모, 현황을 공유하면서 향후 대책, 공동 대응 방침 등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피해자들은 “(구속된) 업무대행사 대표가 이전 지산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했다. 그러면서 당시 조합추진위원회 명의 계좌로 계약금을 보내달라는데 누가 안 믿겠냐”고 반문했다.
피해자들의 탄식도 쏟아졌다.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가 “70억 넘는 돈을 받아 챙긴 계좌에 남은 잔액이 4800원”이라고 발언한 이후로, 계약금이나 중도금 명목으로 입금했던 돈을 돌려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지산주택조합 추진위원회 계좌와 업무대행사 이사 B씨 계좌로 돈을 송금했지만 추진위 계좌에는 3300원, B씨 개인계좌에는 1800원만 남아있는 상태다.
‘혹시나 떼인 돈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으로 총회에 참석했던 피해자들은 “피해액 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소식에 울먹였다.
피해자들은 이같은 점을 들어 이날 총회에서 피해금액의 100%가 아닌, 30~50%를 회복하는 목표를 세워 대응하겠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피해자들은 또 조합측이 사전 중복 분양 여부를 알고 있었다는 말에 분노했다. 사전 조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했다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비대위는 조합측이 지난해 11월, 업무대행사의 다중계약사기를 파악했고 12월 말까지 정상화를 요구하며 관련 내용을 담은 ‘각서’<작은 사진>를 업무대행사 대표 A씨 등 3명에게 받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이중계약으로 인한 피해가 60여건(54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조합이 파악하고도 수사 의뢰나 고소 등의 조치를 취하거나 조합총회를 통해 공지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게 비대위측 입장이다. 조합측이 방관하면서 업무대행사측이 정상화 조치는 커녕, 지난 2일까지 피해자에게 돈을 받아 가로채는 일이 빚어졌다는 게 비대위측 주장이다.
비대위는 또 “조합과 조합 이사들은 사업승인을 위해 이같은 사실을 계속 숨겨왔다”는 입장이다.
비대위측은 이같은 점을 들어 조합측에 책임을 충분히 물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변호사를 선임, 공동 대응키로 방침을 정했다.
향후 지산주택조합 아파트 건립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
비대위 관계자는 “현재 조합에서 추가 분담금으로 1억 5000만원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밝히면서 자칫 추가 분담금 부담에 따른 조합원들의 반발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비대위측은 “조합원들의 피해가 발생하길 원하지 않는다”면서 “조합측과 소통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광주시 동구 지산주택조합 사기 분양 사건과 관련,지산주택조합 업무대행사 실무자 A씨와 이사 B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글·사진-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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