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제일정보중고 부설 평생교육원 초등문해과정 수료 김승태씨
두 살 때 어머니 여의고 10대 초반부터 생업 전선에
30년 운영 빵집 접고 학업 매진 “사회복지사 될래요”
“두 살 때 엄마가 돌아가시고/ 배고파서 중국집에 취직을 했다/ 공장에 들어갈 때는 친구에게 부탁해/ 이력서도 써 달라고 했다/ 글을 몰라 은행 일이나 서류를 뗄 때는 항상 아내와 함께 했다/ 주소를 쓸 때는 그림처럼 그리고/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이제 아내와 함께 학교에 다닌다/ 하루하루가 즐겁다/ 글을 한 자 한 자 깨우치니 자신감도 생겼다/ 글을 조금씩 알아가니 지금이 내 인생의 봄이다//”
김승태(58·사진)씨는 지난해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평생교육원 초등문해과정을 다니며 ‘내인생의 봄’이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그의 시에선 어린시절 불우했던 가정사로 인해 제때 학교를 나오지 못해 평생 간직하고 있던 배움의 ‘한’과 환갑에 가까워져서야 글을 깨우친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오롯이 묻어난다.
그는 몇년 전만 하더라도 한글을 완벽히 읽고 쓸 수 없었지만 지난 2020년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에 등록해 뒤늦은 학업을 시작하면서 시를 쓸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갖추게 됐다.
“국민학교 5학년 때 집을 나와 돈을 벌었습니다. 우연히 배운 제빵으로 1987년부터 목포 동부시장에서 30여년 가량 빵집을 운영했습니다. 운이 좋아서 빵집이 잘 됐어요.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 빵집 운영을 멈추고 초등학교 3학년 과정에 등록했습니다.”
아내 안오순씨도 김씨의 학업을 도왔다. 아내는 함께 수업을 들으며 남편이 잘 모르는 부분을 살뜰히 챙겼다. 김씨는 “선생님과 아내 덕에 원하는 대로 글을 쓸수 있게 되자 자신감이 붙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학업을 중단한 지 무려 46년 만이다. “너무 기뻤습니다. 졸업과 동시에 중학교 과정도 등록했죠. 대학까지 갈 생각입니다. 물론 엄마가 살아계셨으면 대학까지 보내주셨을텐데요…”
김씨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어릴 적 자신과 같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과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문해과정엔 남성들보단 여성들이 많습니다. 남성들은 창피해 등록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 같은 사람을 보고 많은 분들이 용기를 냈으면 합니다. 글을 조금씩 알아가는 지금이 내 인생의 봄인 것 같아요.”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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